미 의회가 정보 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의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 경영진의 군 정보기관 및 공산당 경력을 집중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실상 스파이 혐의를 두고 있는 셈이다. 존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말 방한해 국내 통신업체의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6일 본지가 전문을 입수한 지난해 미 하원의 '중국 통신관련 기업 화웨이와 ZTE 국가 안보문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 하원은 미 중앙정보부(CIA), 국가안보국(NSA), 화웨이 및 ZTE의 전ㆍ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2012년에 11개월간 집중 조사한 결과 양 사 경영진이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부대 및 공산당과 지속적 연계가 있는 것으로 봤다. 특히 보고서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부대인 정보기술학교(IEA)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런정페이가 고위 장교로 근무한 IEA는 인민해방군 정보부대인 제 3군 소속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1983년 전역해 1987년 화웨이를 설립했으나 군ㆍ당과 계속 연계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에 당 간부들이 주로 겸직하는 중국의 국회 격인 제 12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도 참석했다. 순야팡 화웨이 이사회 의장도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와 관련있는 인물로 지목됐으며, ZTE도 이사회 멤버 2명을 포함해 고위직 19명이 중국 공산당 소속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정부나 군에서 기업을 '내셔널 챔피언'으로 지정해 자금을 지원하며 연구개발을 후원하는데 화웨이도 여기 해당한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민ㆍ군 기술통합을 추진하면서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실제로 화웨이는 인민해방군에 통신망 설계 및 구축 단기 훈련 프로그램과 기술자 등을 제공한 전력이 있다.
미 의회와 정부 등은 이 중심에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부(GSD)의 제 3부와 제 4부가 있으며, 이들이 정보전 전략의 일환으로 민관합동 통신망 작전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보안업체 맨디안트는 2006년 이후 전세계에서 일어난 집단해킹의 근원지로 중국 상하이 푸동 지역을 지목했는데 이곳에 GSD 제 3부 산하의 해킹부대인 61398 부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 하원은 화웨이나 ZTE가 미국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해 중국 정부에 제공할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유사시 미국에 구축한 통신장비로 기반시설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웨이와 ZTE는 미 하원이 제기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하고 일부는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서에 나타났다.
이에 미 하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에서 통신장비를 구매할 때 중국 통신장비는 사용하지 말고 민간업체들도 도입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또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서 화웨이 및 ZTE의 미국 기업 인수 합병을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이를 토대로 미 하원은 지난해 화웨이 등 의심 가는 기업이 통신 전력 등 국가 핵심 기반 시설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정부지출법안을 개정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정예원 인턴기자(국민대 일본지역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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