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위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뿐 아니라 국제기구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이어서, Fed 등 중앙은행의 향후 행보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더와 함께 분석한 결과 테이퍼링 위험에 노출된 국가가 '취약 5개국(Fragile Five)'에서 '벼랑 끝 8개국(Edge Eight)'으로 늘어났다고 16일 보도했다.
작년 모건스탠리가 테이퍼링에 특히 취약한 국가로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을 지목했는데 여기에 헝가리, 칠레, 폴란드 등 3개국을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도 테이퍼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지만 외부적 요인에 노출된 다른 국가와 달리 주로 국내경제 문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큰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슈로더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 크레이그 보덤은 FT 인터뷰에서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머징마켓의 자금 흐름이 중단되거나 역류되는 급정거(sudden stop) 가능성"이라며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하면 부채가 많은 기업이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은행권으로 연쇄 파장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도 급격한 테이퍼링에 대해 경고를 하고 나섰다. 세계은행은 전날 보고서에서 "테이퍼링과 관련해 무질서한 조정이 발생한다면 신흥국으로 자금 흐름은 수개월에 걸쳐 최대 80%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특히 급격한 테이퍼링으로 선진국의 장기 금리는 단기간에 2%포인트 폭등하는 파국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느린 만큼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확대 기조를 거둬들일 때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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