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의 묵은 비리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정부의 2,099개 체육단체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서다. 태권도 판정시비로 선수의 아버지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감사는 지난해 8월부터 약 4개월 간 진행됐다. 그 결과 337건의 비위가 적발돼 대한공수도연맹 등 10개 단체 19명이 검찰에 고발됐고, 15억5,100만원이 환수 조치됐다. 15명은 문책 대상이 됐다. 역대 정부에서 사정 무풍지대였던 체육계가 이렇게나마 단속돼 다행이다. 하지만 비리 적발은 체육계 정상화의 첫발일 뿐이다.
비리는 개탄스러울 정도다. 공수도연맹은 아버지와 아들, 딸 등이 회장, 부회장, 심판위원장, 국가대표 감독 등을 다 해먹으면서 단체를 아예 사유화했다. 부회장인 딸은 선수 훈련수당에서 1억4,000여만 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대한유도회와 승마협회 역시 특정 학맥과 인맥이 운영을 전횡하면서 구조적 비리가 만연했다. 배구협회는 회관 매입과정에서 토지 가격을 시세보다 40억원 높게 책정해 임원들이 빼돌린 혐의가 드러났고, 씨름협회 임원들은 거액의 대회 사업비를 착복하기도 했다.
총체적이고 조직적인 비리는 경기심판 운영까지 오염시켰다. 대한유도회와 승마협회, 태권도협회 등은 단체장과 임원진이 국내외 심판 선임 및 경기 배정을 원칙도 없이 멋대로 전횡했다. 심사 배점방식 등도 멋대로 변경해 공정한 판정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모두 체육진흥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단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비리가 쌓이고 쌓인 결과다.
문체부는 차제에 체육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다. 당장 체육단체 지배구조 개선을 마무리해 앞으론 조직 사유화와 특정 학맥ㆍ인맥의 전횡을 막을 계획이다. 아울러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설립해 체육계 전반의 비리조사 및 감사를 상시 수행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이달 중 중장기 개혁과제를 논의할 '스포츠 3.0 위원회'도 출범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체육계 비리의 가장 큰 책임은 지금껏 상황을 방치해온 문체부에 있다고 본다.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소관 업무에 대한 쇄신책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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