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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발리에서 생긴 일

입력
2014.01.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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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여성이 두 달간 발리를 여행했다. 그 여행은 단순여행이 아니라 필라테스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여행이었다. 발리 산골에 자리 잡은 필라테스 강습원을 다니면서 이 여성은 강습시간 외에는 주변을 여행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뜻 깊은 나날을 보냈다.

그녀는 그곳에서 인도네시아 현지식당을 자주 이용했다. 그 식당을 갈 때마다 서빙을 하는 20대 초반의 건장한 인도네시아 청년이 아주 상냥하고 친절하게 그녀를 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농담을 할 만큼 친해지게 되었다. 그 청년은 그녀가 식당에 올 때마다 시원한 물도 가져다주고 인도네시아음식에 대해서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고 주변 명소나 관광지 등을 추천해 주는 등 홀로 외롭게 지내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친절을 베풀었다.

어느 날 식당에 가자 그 청년이 그녀에게 앞산을 가리키며 저 산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하지만 달빛 하나도 없는 그믐날 그녀는 그 청년과 그 산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저런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그 식당을 갈 때마다 그 청년은 여전히 친절하게 그녀를 대했다. 그믐날만 되면 항상 앞산에 가야 된다고 계속 권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그 청년과 산에 오르지 않았다.

이제 강습기간이 끝나고 내일이면 발리를 떠나야 하는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 식당에 들렸다. 여느 때처럼 그 인도네시아 청년은 반갑게 맞아주면서 그녀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서 앞산에 오르기를 권했다.

두 달 동안 그 청년을 지켜본 그녀는 그 청년의 순수함과 선함을 알기에 마침내 그 산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 청년은 자신의 일이 9시에 끝나니 그때 식당 앞에서 만나 산에 오르자고 하였다. 9시가 되었고 그녀는 식당 앞에 도착했다. 인도네시아 청년은 낡은 오토바이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오토바이 뒤에 타게 되었고 청년과 같이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산에 오르게 되었다. 10분쯤 지나면서부터 그녀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어둠은 짙어졌고 오직 오토바이 불빛에 의존해서 올라가야만 하는 산 위에서 무엇인가 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순진하고 선해 보였던 인도네시아청년만을 믿고 이 험한 산을 오르는 결정을 한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고 어쩌면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은 물론 집에도 못 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쿵덕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30분 만에 산 정상에 도착했다. 오토바이에 내려서 본 산정상은 칠흑같은 어둠만이 존재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이곳에서 위험에 처해도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을뿐더러 자신이 이 산에 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조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인도네시아 청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숲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겁이 났지만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공포에 떨면서 10여 분간 숲을 헤쳐나간 그녀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에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의 눈앞에 수 십만 마리의 반딧불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렸고 인도네시아청년은 그녀에게 말했다.

"이곳은 아무도 모르는 곳이 예요. 우리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준 곳인데 사람들이 많이 알면 반딧불이에게 안 좋다고 꼭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 주라고 했어요. 그리고 오늘같이 달이 없는 밤이 가장 아름다워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런 순수한 청년을 의심했다는 것이 너무나 미안했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에 감격해서 그에게 내가 어떻게 보답을 해야겠느냐고 물었다. "할아버지께서 네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거고 그러면 결국 그것이 돌고 돌아 다시 저에게 올 거라고 했어요.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일이든 감동을 주는 행동을 하면 그게 나한테 보답하는 것 아닐까요."

다른 사람에게 진정으로 감동을 주면 그 감동이 결국은 자신에게 온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2014년 발전된 세상과 고등교육을 받고 사는 우리는 과연 알고 있을가.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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