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설립자나 운영자가 양수인을 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주기로 하고 운영권을 넘겼다고 하더라도 배임수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은 사회복지법인의 대표로 있었는데, 자신의 출연금을 회수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을 다른 이에게 팔아넘기려고 하였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을 매도하는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해산할 경우에는 잔여재산을 그 법인과 유사한 목적을 가진 법인에 기부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켜야 해서 위 법인을 매도할 수 없게 되자 법인을 인수하려는 자에게 거액의 금품을 받고 위 법인의 대표로 선출해주어 법인을 사실상 양도했던 것이다. 심지어 피고인에게 돈을 건넨 양수인도 사회복지법인의 운영권을 돈을 주고 인수하는 것은 불법인 점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며 유죄판결과 함께 양도대금으로 받은 전액을 추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법인의 운영권을 양도하면서 양수인을 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은 경우, 양수인측이 법인의 설립 목적과 다른 용도로 법인 재산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운영권을 넘겨달라는 청탁은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영역은 공적인 영역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하나, 국가에서 사회복지를 모두 담당할 수 없어서 이를 민간에게 일부를 담당하도록 하였고, 이처럼 공무를 대신해서 담당하는 민간에게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여 사회복지업무의 수행하면서 어려움이 없도록 한 것이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어린이집에도 인건비 명목으로 연간 1억 원 이상 지급이 되고 있었고, 그 외 사회복지법인에는 이러한 직원의 인건비 외에도 각종 기능보강비, 식비, 피복비 등의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민간에게 지급되는 것은 민간이지만 사회복지라는 공적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설립은 개인이 하였더라도 사회복지법인이 설립된 이상 법인 자체의 소유, 즉 공공재가 된 것이고, 이를 전제로 국가 예산을 투여하여 그 운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자는 그가 비록 그 법인의 설립자일지라도 법인이나 그 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지분권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영리법인의 대주주가 그 보유지분을 양도함으로써 영리법인의 운영권을 양도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를 할 수도 없다.
2011년 말 '도가니 신드롬'을 등에 업고 최소한의 공공성이 확보되고, 공적인 통제장치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공익이사제도와 시설평가제도가 도입되었고, 법인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하였다. 또한, 개정 사회복지사업법에는 기본이념으로 사회복지사업을 시행하면서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법인의 운영권은 거래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양수인을 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주는 것을 허용해 사회복지사업법상의 엄격한 규제를 면탈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국가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고 확장시킨 사회복지사업을 자유로이 사고팔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사회복지사업의 공공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공재를 사고, 팔라는 청탁이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영리법인과 같이 지분권을 인정하는 것이고, 비영리법인의 비영리성ㆍ공공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사회복지법인이 자유로이 사고파는 물건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국가예산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 왜 국가가 개인의 투자수익을 보장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가. 왜 국민은 그러한 목적을 위해 세금을 내야 하는가. 이제 국회가 이에 대해 응답할 차례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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