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허락 없이 아이들이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는 이유로 애플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배상하게 됐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애플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도 비슷한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15일 "한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에서 2,600달러(280만원) 어치의 아이템을 구입했다고 하는 등 관련 불만 접수가 수만 건에 이르고 있다"며 "애플은 어플리케이션에서 아이템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인 앱' 구매자들 중 부모의 동의 없이 이뤄진 결제에 대해 전액 환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와 관련하여 FTC는 애플이 최소 3,250만 달러(345억6,000만원)을 배상하는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애플의 '인 앱' 결제 시스템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깔려 있는 어플리케이션에서 아이템 구매가 승인되면 그 후부터 15분 동안은 별 다른 승인 없이도 추가 아이템 구매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구매 승인을 위해서는 부모들이 미리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부모가 한번 승인을 해놓으면 그 후 15분 동안은 아이들이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고도 아이템을 무제한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의 어플리케이션 아이템은 한 차례 구매에 약 1달러(1,060원)부터 약 100달러(10만6,000원)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15분 동안 아이들이 절제 없이 구매하면 막대한 금액이 청구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 앱' 결제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이미 불만을 접수한 구매자들에게 환불을 추진해왔다"며 애플에 배상액을 내놓도록 한 이번 FTC의 조치를 비판했다. 다만 쿡은 "FTC의 결정은 우리가 그 동안 추진해왔던 환불 절차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FTC와 장기간의 법률적 싸움을 벌이느니 그대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FTC는 이에 대해 "애플이 환급은 해주고 있지만 비밀번호 없이 구매 승인이 가능한 인 앱 문제를 소비자들에게 지금껏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왔다"면서 "휴대폰 분야에서 사업을 하든 거리의 상점에서 장사를 하든 근본적인 소비자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고 반박했다.
한국에서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쓰는 사용자는 애플의 인 앱 결제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이 휴대폰 어플케이션에서 아이템을 구매해 피해를 본 사용자들도 이번 FTC의 조치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기준은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한국도 해당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어떤 방식으로 환불해줄지는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플은 3월 31일까지 환불 관련 내용을 모든 애플 사용자들에게 공지할 계획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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