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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월 17일] 시인들의 겨울

입력
2014.01.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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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에 새로 나온 책이라도 둘러보려고 영풍문고에 갔다. 문학잡지 코너에서 잡지들을 좀 둘러보고 있는데, 정말 우연히 S시인을 만났다. 그는 1년여 전만 해도 우리 집 아래층에 살았다. 그래서 그 조우가 유독 반갑고 즐거웠다. 그는 그곳에서 K시인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고 했다. 잠시 후 과연 K시인이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그와도 유쾌한 인사를 나누었다. S시인은 한 달여 만에 K시인은 1년여 만에 보는 것이었다. 우리 셋은 두서없이 근황을 주고받으며 격조했던 시간들의 소회를 나누었다. 얼굴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미소가 가득 퍼져 있었다. 신경림 선생님이 어떤 시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즐거워서였을까. 서점을 나와 인사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으면서 나는 두 시인에게 물었다. 두 시인의 주수입은 대학에서 강의 등을 하면서 받는 돈인데, 겨울엔 강의마저 없는 형편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겨울이 시인들에게는 농한기 같은 거 아닌가요?" 그러자 대수롭지 않게, 참으로 초연한 표정으로 K시인이 먼저 대답을 했다. "그 말이 맞긴 한데요. 사실 농번기라고 할 것도 따로 없어요." 그러자 S시인이 바로 말을 받았다. "맞아요. 시인들은 일년 열두 달이 내내 보릿고개예요." 두 시인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을 들은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두 시인과 헤어지면서 나는 따뜻한 시인의 겨울을 떠올려보았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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