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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재산으로 5개 재단 세운 서종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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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재산으로 5개 재단 세운 서종범씨

입력
2014.01.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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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을 대물림하지 않고 모두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사회봉사 재단을 세웠습니다."

평생 번 수백억 재산을 들여 부산에서 무려 5개의 비영리 공익재단(의료 2 곳ㆍ사회복지 1곳ㆍ 교육재단 2곳)을 설립한 서종범(61)씨. 그가 16일 언론매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일보와 생애 첫 인터뷰를 가졌다.

서씨가 사회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1992년부터이다. 백양장학재단을 시작으로 혜성장학재단과 백양의료재단 등을 잇달아 설립한 그는 부산과 경남 등지에 보육원과 병원 등 5개 재단ㆍ6개 시설을 지어 현재 운영 중이다. 그가 부산 북구에 세운 아하브병원은 환자가 소액 부담금조차 필요 없어, 시립 병원에서도 치료받기 힘든 극빈층 환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의료기관으로 꼽힌다. 장학재단은 장학금 후원과 학생 무료 캠프 운영은 물론 ADHD 증후군, 인터넷 중독 등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을 위한 특수 학교 설립을 현재 추진 중이다. 또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가정 형편 탓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부산지역 청소년을 위해 민족사관학교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무료 학교를 세울 계획도 갖고 있다.

사회사업 전 서씨 삶을 관통한 키워드는 태권도와 정치. 한때 주변에서는 그를 성공한 태권도인으로 불렀다. 그는 고교 졸업 직후인 1973년, 부산 부산진구 하야리야부대 근처에 태권도 도장을 열어 뜻밖에 많은 돈을 벌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우리 파병군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주한미군들이 도장으로 대거 몰려든 것이다. 그는 "미군들은 달러로 수련비를 냈는데, 환율로 환산하면 당시 직장인 월급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종합 무술을 가르치는 대형 체육관을 세워 부를 늘려나갔다. 사업가로 탄탄대로를 걷던 서씨가 사회와 이웃에 눈을 돌린 건 박정희 정권에서 새마을 운동으로 추진한 재건학교 설립 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는 "함께 태권도를 배웠던 몇몇 선배와 친구들이 아프거나 병이 들어도 가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사회사업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체육관에서 번 돈으로 부산에서 양정 재건 중ㆍ고교와 전포 새마을 청소년 중ㆍ고교 등을 설립해 구두닦이와 신문팔이 등을 하는 불우 청소년을 모아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81년 대통령표창과 86년 새마을훈장 등을 수상했다.

이후 그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쏟아졌다. 그는 6선 의원으로 제8대 국회부의장을 지낸 고 정해영 의원의 비서관으로 86년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3당 합당 시 정치 참여를 거부했고, 야당 정치인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3번이나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정치와의 연을 끊었다. 서씨는 "사회사업에 뛰어든 후 그간 몇 차례 언론 인터뷰 제의가 있었지만, 다시 정치하려는 것처럼 오해 받을 것 같아 사양해왔다"며 "기독교 신자로 봉사하는 삶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어서 스스로 외부에 나서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돌연 마음을 바꾼 건 최근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씨는 "혹시 수술 후 몸이 약해지면 마음마저 약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며 "3명의 자녀도 건실하게 장성한 만큼 운 좋게 쌓은 부를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를 위해 쓰겠다는 신념을 언론매체를 통해 공표함으로써 자신을 다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예정된 수술을 받기 위해 이날 오후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산= 글ㆍ사진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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