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의 10년 대북정책인 햇볕정책 검토와 당직개편을 통해 당 정체성과 이념좌표를 '우클릭'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도층 외연확대를 통한 10% 안팎의 당 지지율 만회와 함께 6ㆍ4지방선거를 대비한 승부수로 보이지만 당내 갈등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햇볕정책 검토 의미는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이 신년기자회견서 밝힌 국민통합적 대북정책 논란과 관련, "햇볕정책 원칙을 고수하며 시대상황 변화에 따라 계승ㆍ발전하겠다고 한 것으로 햇볕정책의 대원칙은 유효하다"며 "당내외 통일안보 전문가와 함께 충분한 정책적 검토를 거쳐 국민께 보고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북정책 검토를 주도할 민주정책연구원은 국민의정부가 1998년부터 추진한 햇볕정책의 공과를 검증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 상황이다. 향후 공론화 방향은 민주정부 10년간 적용했던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명박정권 들어 핵개발을 완성했다는 점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번 안보무능세력, 종북세력 등의 공격을 받아온 현실을 개선하자는 차원이 강하다. 남북간 인권 및 인도주의 현안을 다루는 대화기구 제안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은 "햇볕정책2.0은 남북화해협력 등 기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 업그레이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햇볕정책 검토작업은 화해와 포용 중심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함께 중도층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북한인권민생법 마련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햇볕정책 재론을 거론한 것은 국민을 상대로 민주당이 더 이상 좌클릭으로만 가지 않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핵심측근인 민병두 전 전략본부장은 이날 블로그를 통해 국민과 사회가 동의, 통합할 수 있는 대북정책 마련을 주장하면서 "민주당이 과감하게 전선을 오른쪽 중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며 중도우파론을 펼치기도 했다.
당직개편, 친정체제 구축의 뜻은
당내 소수파인 김 대표가 이날 친정체제 중심으로 대폭적인 당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당 노선 조정과 지방선거에 대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지방선거 실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에 핵심측근인 노웅래 비서실장을 임명하고 김관영 대변인을 비서실장으로 옮겼다. 특히 '노인' 몫 최고위원에 전북출신 정균환 전 의원, 수석대변인에 전남출신 이윤석 의원을 임명한 것은 '안철수 바람'이 거센 호남을 배려해 텃밭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뿐 아니라 김 대표는 이미 지난해 연말 비노 및 중도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무위원들을 보강했다. 최고의사결정기관인 당무위원회 세력분포도 당 쇄신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마친 셈이다.
당내 분열 가능성은
김 대표가 분파주의 타파를 표방한 가운데 우클릭을 염두에 둔 노선 조정과 친정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점에서 당내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신년기자회견을 앞두고 김 대표가 대북문제 조언을 구했던 홍익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을 받아주면 오히려 실질적 북한인권 개선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486출신 다른 의원은 "정체성을 조정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같이 가겠다는 얘기인데 집단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라디오에서 "햇볕정책 수정에 대해서는 좀 더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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