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계 여권 핵심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에서 친이계나 비박계 인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다만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의 적극적인 행보로 3자 구도 가능성이 높아지자 후보전술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15일 "지방선거 '필승 카드'로 거론되는 이들이 하나같이 친이계이거나 최소한 비박계 인사들"이라며 답답해했다. 그가 거론한 인사는 정몽준ㆍ김황식 전 총리(이상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 의원(경기지사 후보), 원희룡 전 의원(서울시장 또는 제주지사 후보), 나경원 전 의원(충북지사 후보) 등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친박계와 각을 세웠던 당사자들이거나 아무리 넓게 봐도 친박계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인사들이다. 이 중진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가 맞으면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최선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쨌든 '이기는 카드'에 무게를 둬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사실상 출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 의원은 최근 "좋은 후보가 있으면 돕겠다"고 했고, 김 전 총리는 4월 말까지 미국에 머물 예정이다. 남 의원은 5월에 있을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고 있고, 원 전 의원과 나 전 의원은 모두 7월 재보선이나 20대 총선 출마로 기운 상태다.
그런데도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에서 이들을 염두에 둔 차출설이 계속 나오는 건 지방선거 성적표가 향후 정국주도권의 향배를 좌우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등을 난적으로 꼽고 있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지방선거 성패의 분수령이 될 수도권과 충청권이다. 그런데 상당수 친박계 인사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거론되는 후보들의 경쟁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다. 한 친박계 재선의원은 "혹시나 했던 김문수 경기지사마저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수도권 선거는 정말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의 용인술도 도마에 올랐다. 한 수도권 의원은 "2인자를 키우지 않고 자기정치를 용인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에 친박인사들이 경쟁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물론 최근 들어 지방선거가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생긴 데 대해선 반색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안 의원 측에서 연일 서울시장을 비롯, 주요 광역단체장선거에 후보를 적극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한 핵심당직자는 "우려했던 '야권연대'는 거의 물 건너간 것 아니냐"면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후보전술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