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의 협의를 앞두고 건강보험 수가(의료행위를 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가 의협 주장만큼 낮은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복지부 장관까지 최근 공식석상에서 "제가 공부한 바로도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한 반면 전문가들은 저수가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15일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주요 의료수가 비교 연구' 보고서는 맹장수술, 제왕절개, 백내장 수술의 국내 수가를 다른 8개 비교 대상 국가와 비교했다. 우리나라는 포괄수가제 가격, 다른 나라는 공적 또는 사적보험이 지급하는 금액으로, 2011년 건강보험국제연합의 발간 자료에서 인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맹장수술 수가는 2,000달러로 미국(1만4,010달러)의 7분의 1 정도고 호주(5,622달러) 스위스(5,840달러) 캐나다(6,007달러) 칠레(6,972달러)도 국내의 2.7~3.4배에 달한다. 스페인(2,854달러) 독일(3,351달러) 프랑스(3,741달러) 역시 국내보다 1.39~1.82배 비쌌다. 우리나라 제왕절개 수가(1,769달러)는 비교 국가 중 가장 쌌고 백내장 수가(1,329달러)도 가장 비싼 스위스(5,310달러)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교 대상이 우리보다 소득수준이나 물가가 높은 나라여서 이러한 수가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특히 미국은 공적 의료보험이 없어 비교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환자의 연평균 의료이용 빈도가 1년에 13회로 OECD 국가 평균(6.5회)보다 2배 높고 건강보험에서 커버 못하는 비급여 진료가 많다"며 "빈도와 비급여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적 수가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6월에 작성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유형별 상대가치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회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 110개를 조사한 결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의 의료수가는 원가보전율이 95.31%로, 수가가 의료기관이 지출하는 비용(원가)에 미치지 못했지만 비급여를 포함하면 원가보전율은 110.09%까지 올랐다. 상급종합병원(급여 82.04%, 비급여 포함 102.06%)이나 종합병원(86.36%, 101.83%)도 비급여항목을 포함하면 원가보전율이 100%를 상회했다. 급여 수가만 놓고 보면 낮다고 할 수 있지만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를 통해 손해를 보전하기 때문에 '밑지는 진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의협은 현재 2007년도 심평원 자료를 근거로 의료기관의 의료수가 원가보전율이 73.9%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의료계가 30년 전부터 저수가를 문제 삼았지만 기준이 본인들의 기대인지, 무엇인지 근거가 없다"며 "저수가 논의 이전에 도시근로자의 10배가 넘는 의사 인건비에 대한 우리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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