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가해자로 의심을 받던 병사가 전역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군 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숨진 병사의 유족들은 극단적 선택을 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15일 육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시50분쯤 강원 홍천군 모 사단 예하부대 내 생활관 화장실에서 김모(22) 상병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3월말 전역 예정이었던 김 상병은 같은 부대소속 A(22) 병장을 성추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승진 심사에서 누락된 김 상병과 부대 내 동기인 A병장은 군 수사기관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지난 5일 새벽 김 상병이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상병이 숨진 직후 관물대에서는 A병장이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성 군기로 영창 가고 소문나지 않으려면 전역할 때까지 조용히 살아라"는 내용의 쪽지가 발견됐다.
하지만 김 상병의 유족은 "아들이 억울하게 성추행 가해자로 몰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군 수사기관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김 상병의 아버지는 "문제의 쪽지에는 아들에 대한 협박성 문구도 있는데, 성추행당한 피해자가 썼다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부대 내부 규정상 동기라고 해도 1개월 선임을 어떻게 후임병이 추행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문제의 쪽지에 대해 필적 감정을 의뢰한 상태로 부대원을 대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홍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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