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자 증권사들은 쾌재를 불렀다. 증권사에 카드 사업을 허용하는 것이 개정 법률의 골자.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를 던져준 것이다.
6개월여의 준비 끝에 증권사들이 드디어 카드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첫 스타트는 현대증권이 끊었다. 현대증권은 업계 최초로 자체 체크카드인 'able 카드'를 2월 초 출시하기로 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결제계좌로 이용하지만, 일반 카드사 체크카드처럼 할인 및 포인트 혜택 등이 모두 제공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15일 "출시 후 6개월간 20만장을 발급할 경우 연간 4억3,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을 시작으로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종금증권, HMC투자증권도 이르면 3~4월, 늦어도 올 상반기 내에 현금IC카드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현금IC카드는 현금 입출금만 가능한 현금카드였지만 앞으로는 결제 기능이 추가돼 체크카드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다만 체크카드는 카드사 결제망을, 현금IC카드는 금융결제원 결제망을 이용해서 가맹점 수에 다소 차이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10여개 증권사가 현금IC카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체크카드에 관심을 가지는 증권사도 6, 7곳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증권사들은 카드사와 업무 제휴를 통해 카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카드와 연계한 CMA 계좌를 제공하고 발급 및 결제는 카드사가 맡는 식이어서, 카드 수수료 수익은 모두 카드사 몫이었다.
하지만 증권사가 카드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카드결제 시장을 지키려는 기존 카드업계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의 처지에서는 새 수익원인 카드시장 공략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없던 경쟁자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일인만큼 달가울 리 없을 것"이라며 "증권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카드결제 시장의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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