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성이 유독 밝은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인사성 밝은 사람을 보면 심사가 좀 복잡해진다. 몇 해 전에 우연히 술자리에서 어울리게 된 어떤 후배 작가가 내게 "저는 선배님 소설을 제일 좋아합니다. 뵙고 싶었습니다"라고 마치 은밀한 고백이라도 하듯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사실 그런 말을 의례적인 말로 받아들이는 편이어서 멋쩍게 웃으며 반신반의하고 말았다. 그런데 몇 개월 후쯤에 그 후배 작가가 다른 작가들한테도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닌다는 얘길 듣고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었다. 그 부지런한 인사성 덕분인지 아니면 타고난 작가적 재능 때문인지 그 후배는 등단하고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문단 안에서 자기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그 후배뿐만 아니라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인사 잘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나로선 그 에너지와 꼼꼼함이 놀라울 따름인데, 사실을 말하면 나는 그런 이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삐딱한지는 모르지만 나에겐 그것이 감정의 작용이 아니라 기술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좀 데면데면하고 쌀쌀맞은 이들, 인간관계가 좀 서툴고 어설픈 사람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내 생각은 이런 것이다. 모두에게 친절한 이는 아무에게도 친절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만 친절했을 뿐이다. 모두에게 인사를 잘 하는 이는 아무에게도 인사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만 관대했을 뿐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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