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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호된 '중간평가'

입력
2014.01.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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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탈원전을 선거 쟁점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시민운동 차원에서 이뤄지던 탈원전 캠페인을 일본 정치의 주요 이슈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재로서는 도쿄도지사 선거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집권 구도에 영향에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탈원전 운동이 국민적 관심사로 커질 경우 원전 재가동을 둘러싼 정국 운영에 중대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어 두 전직 총리의 연대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직 두 총리의 의기투합은 지난 해 10월 처음 시작됐다. 고이즈미는 앞서 9월 핀란드의 핵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둘러본 뒤 원전 재가동 반대라는 결심을 굳혔다. 고이즈미는 탈원전 시민운동을 주도하던 호소카와와 만나 "원전 폐기물이 최종 처분장에 수십만년 보관해야 하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고이즈미는 이후 연일 아베 총리를 겨냥, "총리가 결단하면 지금이라도 원전제로는 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자민당 내에서조차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치적 후배와 당으로부터 외면당한 고이즈미는 때마침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전 도쿄도지사가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도쿄도지사 선거에 호소카와의 출마를 종용했다. 고이즈미는 선거 가두유세를 진두지휘하겠다는 약속도 내세웠다.

14일 호소카와는 고이즈미에게 선거 지지를 부탁하는 형식으로 연대를 공식화,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호소카와는 17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두 전직 총리가 내건 탈원전 정국 시나리오는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선거에서 (탈원전) 논의가 깊어지면 도민의 절전 의식이 높아지거나 재생에너지의 보급에 탄력이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수도의 얼굴을 결정하는 지사 선거인만큼 원전 문제를 주요한 쟁점에 두고 철저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도쿄(東京)신문은 "(탈원전은) 도민을 넘어 국민 전체에게 던진 물음"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産經)신문 등 보수언론은 "많은 도정 과제중 탈원전만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탈원전의 선거 쟁점화를 경계했다. 탈원전 문제가 자칫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평가하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반응이다.

탈원전이라는 거대 담론을 뛰어넘는 이슈가 추가로 제기되지 않는 한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로 치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집권 자민당의 지지 선언으로 당초 낙승이 예상되던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장관조차 "나 역시 탈원전을 주장해왔다"고 강조, 선거가 탈원전파와 반대파의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을 회피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당견제 능력을 잃은 야당의 대폭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내각의 중간평가의 의미가 큰 이번 선거에서 호소카와가 승리할 경우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2015년 말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에 대비, 이합집산을 서두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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