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규진)는 대낮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공원에서 여자 어린이의 손등에 뽀뽀한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로 기소된 한모(6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5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비록 행인이 많은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고,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없었다고 해도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켰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한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의 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초등학교 4학년 A양에게 악수를 청한 뒤, A양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한씨는 A양에게 자신의 손에도 뽀뽀해달라고 말했지만 A양은 이를 뿌리치고 갔다. 이에 한씨는 A양의 자전거 앞을 잠시 가로막기도 했다.
한씨는 “A양이 귀여워 우발적으로 손등에 입을 맞춘 것일 뿐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도 “A양이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사건 장소가 대낮에 사람들이 많은 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추행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양이 인사를 하려고 손을 내민 것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으로 보이고, 사건 이후 A양이 친구들에게 한씨를 조심하라고 당부한 점 등을 보면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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