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회삿돈 횡령사건을 맡은 수사팀장이 사건 주요 관계인과 사적으로 접촉했다는 의혹을 제보했던 동료 경찰관에게 경찰이 되레 감찰 조사를 실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감찰"이라는 비난이 거센 가운데 경찰은 "감정적 처벌은 하지 않는다"고 밝혀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7월 골재채취업체에서 발생한 횡령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방경찰청에 피해자인 업체 대표 A(53)씨가 추가로 낸 진정. 당시 A씨는 "횡령사건을 맡은 수사팀장이 5월쯤 광주 상무지구의 한 커피숍에서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B씨 등 3명을 두 차례 만난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요청했다. 이 사건은 수사팀장이 B씨 등을 만났다는 증거가 없다며 같은 해 9월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됐다.
문제는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A씨에게 수사팀장과 관련한 진정 내용을 제보한 사람이 동료 경찰관인 C경위와 D경위인 사실을 알고 이들에 대해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감찰을 의뢰한 것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위 의혹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를 징계하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A씨는 경찰의 석연찮은 내사종결과 C경위 등에 대한 부당한 감찰 의뢰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다시 진정을 냈다. 국민권익위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경찰은 재조사에 나섰지만 지난달 말 또 다시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경찰은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관련자들의 위치정보를 수집ㆍ추적하는 이른바 '기지국 수사'까지 했지만 이들이 커피숍에서 접촉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며 내사 종결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해당 수사팀장에 대한 사건 관계인 사적 접촉 의혹 사건이 마무리되자 그 동안 보류했던 C경위 등에 대한 감찰 조사를 13일 재개했다.
광주경찰청의 감찰 조사에 대해 내부에선 "내부고발자나 다름없는 직원을 보호해주기는커녕 감찰을 의뢰한 것은 누가 봐도 보복성 감찰이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수사팀장 진정사건에 대한 석연찮은 처리 과정도 감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경찰은 A씨가 지난해 7월 첫 진정을 내면서 수사팀장 등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는데도 사건을 수사부서가 아닌 감찰부서에 넘겼다가 A씨의 반발을 사자 뒤늦게 수사과에 배당했다. 또 권익위로부터 이첩 받은 A씨의 재진정 사건을 최초 내사 종결했던 수사관에게 또 다시 배당해 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일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보복성 감찰은 아니다"고 애써 강조하고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과가 C경위 등의 외부 제보행위가 내부 규정에 위반한 게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감찰을 의뢰해와 조사 중"이라며 "아직 조사 중이라 뭐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내부고발자가 다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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