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51)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쓴 는 삶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가꿔나가는 것을 지향하는, 이른바 실존미학의 의미를 국내에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94년 1월 15일 제 1권(도서출판 새길)이 출간된 시리즈가 당시 생소했던 미학이란 학문을 대중화하고 이후 인문학 스테디셀러(최소 80만권 판매된 것으로 추정)의 자리에 꾸준히 머물고 있는 것을 기념해 휴머니스트 출판사가 13일 1~3권 개정판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이번 에디션은 국내 기존 출판물의 예와 달리 '저작의 개정'이 없는 기념판으로 온전히 20년이란 역사에 초점을 맞춘 시도라는데 의미가 있다. 2003년 판에서 표기법과 편집 디자인을 다소 수정하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추천글과 저자의 기념판 서문만을 추가했을 뿐이다. 휴머니스트는 2004년 처음 출간됐던 '작가노트'를 새롭게 개정해 이번 20주년 기념판 시리즈에 더했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내용이 같은 수십, 수백 종의 괴테 에디션이 발간될 정도로 유럽 출판계에선 무개정 에디션이 일상화돼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출판 문화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곰브리치의 손녀가 할아버지의 작업 과정을 서문으로 담아 2006년 70주년 기념판으로 출간한 , 역시 저작의 개정 없이 새로운 서문과 추천사만을 추가해 내놓은 2005년 리처드 도킨스의 30주년 기념판 등을 예로 들었다.
13일 서울 동교동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진행된 기념판 출간 간담회에서 진중권 교수는 "10주년 때와 마찬가지로 미학사와 철학사, 그리고 예술가들의 모노그래프를 마치 음악의 화성처럼 어울리도록 한 '3성대위법'의 글쓰기를 수정한다는 게 어려워 20주년 개정판을 위한 고쳐 쓰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책은 적당히 무식할 때 써야 즐거움이 있는데 20년 전 독일 유학 길 비행기표 값이라도 벌자는 생각으로 자료 찾아 만들 때가 그랬다"며 "지금은 젊은 몸이 가고 늙은이가 들어앉아 그때와 다르다"고 소회를 밝혔다.
진 교수는 에 이어 시리즈 등으로 철학, 예술사, 정신분석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워라이터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2007년 영화 '디 워'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뛰어든 후 학자보다 논객의 이미지가 굳어졌고 2009년 중앙대 재임용 탈락, 부정적인 여론과의 충돌 등 악재를 겪기도 했다.
그는 "미학은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 누구나 섬세한 감각을 갖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라며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서도 알 수 있듯 창의력 없는 기술은 기능으로 전락하며 그런 의미에서 미학은 미래의 경제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주년 기념판 출간에 이어 새로운 미학 개론서를 집필 중인 진 교수는 향후 10여 년에 걸쳐 21세기에 걸맞은 미술사 저작을 써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세기가 언어철학의 시대였다면 금세기에는 미디어철학이 인문학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새로운 미학사가 필요한 시기가 된 만큼 라틴어, 그리스어 등을 공부해 나만의 이론을 만드는 과정을 밟겠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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