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탈리아 근해의 난민선 침몰 참사에도 불구하고 배 한 척에 몸을 실어 지중해 파도를 넘어가는 아프리카·중동계 보트피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유럽행 엑소더스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400명을 넘었다.
이탈리아 해군은 13일 남부 시칠리아 해상에서 거친 파도로 위험에 처한 난민 선박을 탄 200여명을 구조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해군은 전날에도 인근 바다에서 236명의 난민이 탄 배를 발견해 이들을 군함으로 옮겨 태워 육지로 돌아왔다. 지난 1, 2일에도 1,000여명의 난민이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구출됐다. 이탈리아 땅을 새로 밟은 난민은 올해에만 벌써 1,400여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지중해 맞은편 아프리카나 중동국가로부터 가난과 내전을 피해 탈출한 이들로 에리트레아, 시리아, 이집트, 말리, 파키스탄, 소말리아 출신 등이다. 에리트레아의 경우 식량의 70%를 수입ㆍ원조에 의존하는 가난한 나라다. 3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선 그간 10만명이 넘게 죽었다.
유럽연합(EU)의 국경관리기관 '프론텍스'에 따르면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 온 불법이민자는 지난해 3만1,000명으로 전년(1만6,000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아프리카ㆍ중동 국가들의 빈곤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종교ㆍ부족간 분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이 몸을 싣고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은 대부분 작은 고무보트나 낚싯배.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채 몸 뉘일 곳도 없이 끼어 타고 바다를 건너니 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인근에서는 난민선 두 척이 침몰해 350여명의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난민이 떼죽음 당하는 참변이 있었다.
사고 후 EU는 지난달 새 국경경비체제인 '유로수르'를 만들어 회원국 간 정보교환을 통해 해상 참사를 방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아프리카ㆍ중동계 이민자들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가 없다. 보트피플의 주요 목적지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자국의 이민자 수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유럽 전체가 나누자고 주장해 다른 나라들과 갈등마저 빚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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