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잡지다. 발행인은 최남선. 첫 호가 나온 것은 1908년 11월. 이 책에 그 유명한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가 실려 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있다. 최남선이 밝힌 바에 의하면 이 잡지의 첫 호 독자는 겨우 6명이었다. 6명이라니. 만든 사람의 형제들 친구들만 합해도 6명은 되겠다. 다음 달에 나온 2호 독자는 14명. 여남은 달이 지나자 30명의 독자가 모였고 일 년을 내고서야 200명이 되었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숫자다. 한국의 근대문화와 출판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짐없이 언급되는 중요한 잡지가 겨우 요만큼의 독자들에게나 읽혀졌다는 게 좀 민망하다. 이 과대평가되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어떤가. 당시 최남선은 19살이었다. 사재를 끌어들여 출판사를 차리고, 잡지를 내고, 거기 들어갈 글들을 거의 혼자 쓰며 고군분투했다. 결과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어도 실망하지 않고 삼 년을 밀어붙였다. 청년다운 혈기와 뚝심과 불굴의 모험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창피한 구독자 수 앞에서 포부는 금세 쪼그라들어 꼬리를 내리고 일을 접었겠지. 역사에 기록되는 건 최초의 뭐뭐, 라는 꼬리표지만, 그 이면에서 우리가 진정 기억해야 하는 건 조건 없이 미래에 기투할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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