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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43>의사 소통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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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43>의사 소통 (COMMUNICATION)

입력
2014.01.1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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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말이나 동작을 통해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을 의사 소통(Communication))이라고 한다.

이곳 미국에서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며 기술을 지도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배우기도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영어를 사용해서 미국 선수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할 때 영어와 손짓, 발짓 등 온몸을 이용해서 설명하지만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영어 공부에 더 박차를 가해 보지만 언어라는 것이 쉽게 배울 수 없는 것이고, 또한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문법, 형식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 과정이 더욱 어려움에 빠지게 만든다.

이곳에서 영어를 사용하다 보니 우리의 언어인 한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곳에 있다 보니 우리의 언어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특히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만날 때면 우리의 언어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1910년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쓰기 어려웠으며 일본말과 글을 쓰도록 35년 동안 강요 받았다. 굉장히 오래된 일인 것 같지만 불과 70여 년 전의 일이다. 아일랜드의 경우를 보면, 영국에 800년 동안을 통치 받았는데 1700년까지는 아일랜드 언어인 게일릭(Gaelic)이라는 언어가 존재했다고 한다. 영국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게일릭 언어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언어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민족의 주체성이 없어지며, 다음 세대로 넘어 갈수록 그 민족의 정체성은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적으로 우리 언어를 지켜냈으며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까지도 지켰다고 생각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목적은 백성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일부 지식인들만이 알고 있는 언어가 아닌 일반 백성, 즉 모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소통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유산이 바로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이며 이 먼 미국에서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곳 선수들과 영어를 사용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한가지 큰 것을 배웠다. 의사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것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인데 꼭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좋은 코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Nonverbal communication is the way in which a person shows his or her feelings or thoughts to other person by means of body language, such as eye contact, smile, crying, gesture, etc. (Academic encounters)” 언어(말)를 사용하지 않아도 눈을 맞추거나 웃거나, 몸 동작을 통해서 느낌이나 의미를 상대에게 전달 할 수 있다.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더라도 신뢰가 형성 되고 나면 언어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공통적인 것은 야구를 하는 주체는 코치가 아니고 선수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코치라고 해도 조언 이상은 할 수 없는 것이며 나의 조언을 받은 선수가 몸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 바로 코치의 역할인 것이다. 코치가 선수에게 이야기 할 때 눈빛이나 얼굴의 표정만으로 충분히 상대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당연히 선수들은 못 알아 듣지만 서로간에 신뢰가 쌓이면서 반대로 한국말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선수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주게 되고 선수들과 더 깊은 교감을 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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