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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움추린 몸 녹이세요" 릴레이 연탄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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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움추린 몸 녹이세요" 릴레이 연탄 봉사

입력
2014.01.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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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연탄을 들어봤는데 엄청 무거워요. 연탄을 때는 어르신들이 겨울마다 얼마나 고생하시는 지 이제야 알게 됐어요."

11일 인천 동구 송림동 우각로. 지게로 연탄을 짊어진 학생들이 비좁은 골목길을 쉬지 않고 오르내렸다. 지게에는 1장당 3.5㎏이 넘는 연탄이 많게는 7~8장씩 올려져 있었다.

인천연탄은행으로부터 연탄을 지원받는 독거노인 등 140가구가 모여 사는 이 동네를 찾아연탄을 나른 이들은 인하대 행정학과 봉사동아리 '인누리' 소속 대학생들, 중학교 동창과 자원봉사에 나선 여고생, 인천 운서감리교회 신도인 초·중학생 등 30여명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연탄은 학생들이 나르기에 버거운 무게였고, 얼굴엔 검댕이 가득했지만 학생들은 지게를 벗지 않았다. 옷에 연탄이 묻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은 파란색 비옷은 학생들의 땀 때문에 습기로 가득찼고, 미처 비옷을 챙기지 못한 학생들도 옷에 검댕이 묻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탄을 날랐다.

이날 이들이 옮긴 연탄은 모두 2,400장. 연탄을 지원받은 주민들은 뜨거운 어묵탕을 끓여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인하대 2학년 주태웅(22)씨는 "추우면 보일러를 틀고 더우면 에어컨을 켜는 게 익숙한데 이곳 어르신들은 그렇지 못했다"며 "집집마다 연탄을 나르면서 어르신들 사는 것을 보니 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연탄 150장을 전달 받은 주민 길광진(78)씨는 "(1ℓ에) 1,000원하던 등유값이 몇 년 새 1,500원까지 올라 보일러를 틀지 못하고 연탄 난로에 의지했는데 연탄을 가져다 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지역 초·중·고교생과 대학생들이 잇따라 연탄 배달과 기부 활동에 나서 어렵게 겨울을 나는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부평여고 1학년 학생 26명은 용돈 1만원씩을 모아 마련한 연탄 500장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이 모여 살고 있는 부평구 산곡동 '만인의 집'을 찾았다.

이 학교 자원봉사단체 '샤프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자영(17)양은 "아파트에 살아 연탄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무거웠다"며 "연탄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갈고, 재를 버려야 하는 어르신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서성만(59) 교사도 "처음엔 배달만 도우려 했지만 연탄이 부족하다는 말에 학생들이 직접 돈을 모아 연탄까지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개고, 인천전자마이스터고, 북인천여중, 부원여중 학생들도 모금활동을 벌여 준비한 연탄을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등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전달했다.

인천연탄은행 대표 정성훈 목사는 "부족한 연탄 기부량 때문에 200~300명의 학생들이 연탄 배달 봉사를 하기 위해 대기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부족한 연탄이 8만~10만장에 달해 (4월까지 가야 할) 연탄 배달 봉사가 다음달 하순이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 인력에 비해 연탄 기부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어르신들 가운데 연탄을 갈고 재를 버릴 힘조차 없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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