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비판적인 미국을 상대로 방미 외교전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모임인 미일의원연맹 의원들은 8~10일 미국을 방문해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연방 의원 등을 만났다. 이들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후 부전(不戰)의 결의를 했다"며 당시 발표한 담화의 영문판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측 연맹 회장인 나카소네 히로후미 의원은 10일 워싱턴에서 일본 특파원들을 상대로 회견을 열어 "미국 정부 당국자나 연방의원들이 (부전을 위한 참배라는)진의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자민당 정조회장 대리 등은 "대체로 이해하는 편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야스쿠니 참배는 이미 끝난 문제"라며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동맹 강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과 관련해서도 "미일동맹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지 군국주의의 부활 같은 건 아니다"며 미국도 한국, 중국 등에 이런 점을 명확히 전달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방문을 앞둔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실수했다"며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도 많은 역사의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과서와 역사책에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수천 만 명이 희생된 비극을 초래한 일본의 한국 및 중국 강점, 가난하고 어린 한국 여성들을 감금한 채 '성노예'로 삼았던 과거를 일본은 인정해야 한다"며 "그 이후에 어떻게 보상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한일 양국의 감정적 대립이 고조되는 것을 경계하며 "상대를 겨냥한 비판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민족주의적 수사(修辭)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외교"라며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독려하는 제3자로서 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적극적 중재의지를 피력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