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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남극연구 경쟁 '빙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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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남극연구 경쟁 '빙하 위로'

입력
2014.01.1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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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해양 생태계, 운석과 지질 등의 연구에 큰 도움을 줄 남극에서 한국과 중국의 연구 기지가 다음날 나란히 새로운 발길을 내딛는다. 한국의 장보고과학기지는 2월 12일 개소식을 앞두고 있으며 중국의 타이산(泰山)기지는 2월 중 본건물이 완공된다.

두 기지의 건립 진행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이 훨씬 빠르다. 한국은 장보고과학기지 개소식 후 첫 번째 월동대를 파견한다. 월동대는 극지의 혹한을 견디며 임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반면 타이산기지가 나머지 설비들을 갖추고 실제 연구 활동에 들어가려면 2년은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보고과학기지가 1년 내내 탐사대나 과학자들이 머물며 연중 연구 활동을 하는 반면 타이산기지는 추위가 심하지 않은 여름철을 위주로 운영된다.

남극에서 과학자들이 연구 활동을 하기 좋은 시기는 11, 12월부터 이듬해 2, 3월까지다. 북반구인 한국과 달리 남반구인 남극은 이 기간이 여름이다. 이 때는 기지마다 100명 안팎의 연구 인력이 드나든다. 나머지 기간에는 혹한이 이어지기 때문에 연중 내내 운영하는 기지는 10~30명 정도의 최소 인원만 남으며 하계 기지는 아예 문을 닫는다.

기지 수만 놓고 보면 중국이 한국보다 많다. 장보고과학기지는 세종과학기지에 이은 한국의 두 번째 남극 연구 거점이다. 반면 타이산기지는 중국의 네번째 연구 기지다. 중국은 세종과학기지 근처의 창청(長城)기지, 호주 기지 가까이에 있는 중산(中山)기지, 남극 내륙에 들어선 쿤룬(崑崙)기지 등 이미 3곳의 연구 거점을 마련해 두고 있다.

남극을 오가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한창 장보고과학기지를 건설하고 있을 때 중국이 갑작스럽게 새로운 기지 위치를 탐색한다며 남극을 드나들기 시작하더니 서둘러 타이산기지 건설을 추진했다. 과학 선진국들이 극지 연구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을 경쟁국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장보고과학기지가 접해 있는 로스해 주변을 자국의 다섯번째 기지 후보지로 여기고 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

장보고과학기지는 세종과학기지나 창청기지, 중산기지처럼 바닷가에 있는데도 연구 환경은 남극 내륙과 더 비슷하다. 과학자들은 장보고과학기지가 세종과학기지보다 더 남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인지 세종과학기지 부근은 지구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지만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은 온난화가 어느 정도 소강 상태에 있다. 같은 남극이라도 지구 온난화의 정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장보고과학기지 근처는 또 땅이 눈으로 덮여 있는 기간이 세종과학기지 주변보다 더 길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국제협력실장은 "장보고과학기지가 빙하나 운석 연구에 적합하다면 세종과학기지는 생태계나 지질 연구를 하기에 더 나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장보고과학기지와 타이산기지는 각각 한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남극 내륙 연구를 본격화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3일자는 장보고과학기지와 타이산기지를 '금주의 뉴스'로 다루며 한중 양국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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