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 서거한지 13일로 50주년을 맞는다.
가인 선생은 법관의 '양심과 이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하며 실천한 인물로, 1953년 10월에 최초로 열린 법관훈련회동에서 "한 판사의 명예 실추는 법관 전체의 명예 실추가 되는 것이다. 법관은 양심과 이성을 생명처럼 알아야 하며 이를 굳게 지킴으로써 법관 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광복 후 민형법과 3권 분립의 기틀을 세운 가인 선생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였다. 이 두 사람의 갈등은 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서민호 의원이 기소된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도대체 그런 재판이 어디 있느냐"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가인 선생은 "판사가 내린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며 법관의 양심을 지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독립운동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일본에서 법학을 전공한 가인 선생은 1919년 조선총독부의 법관으로 임용됐지만, 독립운동가들의 변론이 가능한 1년의 시간이 지나자 주저 없이 법복을 벗어 던지고 변호사가 됐다. 이후 그는 서울 종로경찰서를 폭파한 김상옥 의사의 형사재판 등의 변호인으로 법정에서 활발히 독립투쟁을 벌였다. 특히 "조선 독립을 희망하는 사상은 조선인 전체가 가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치 변혁을 도모했다고 하여 처벌한다면 양민을 억지로 법의 그물에다가 잡아 넣는 것"이라며 김 의사의 공판에서 목소리를 높인 일화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대법원은 가인 선생의 서거 50주년을 맞아 13일 오전 10시 대법원 대강당에서 고인의 업적과 생애를 되돌아보는 추념식을 연다. 또 오후 2시부터는 '가인 김병로와 21세기 사법부'라는 주제로 김 전 대법원장의 업적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도 진행한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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