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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월 13일] 소한과 대한 사이

입력
2014.01.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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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질문이 하나 던져졌다. 왜 계절에 따라 기온이 달라져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울까? 전공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졸업생이 틀린 대답을 했다. 지구가 타원 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도는데 여름에는 태양 가까이 가고 겨울에는 멀어진다, 여름에는 해가 길고 겨울에는 짧다 등이었다.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궤도와 수직을 이루지 않고 비스듬히 기울어 있어 계절에 따라 태양과 지표면의 각도가 다르다는 것이 바른 답이다.

■ 태양열이 지표면에 닿는 양이 이 각도에 따라 다르다. 수직에 가까울수록 많고, 기울수록 적다.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반구는 태양의 남중 고도가 최고인 하지(夏至)에 가장 많은 태양열을 받고, 동지(冬至)에 가장 적게 받는다. 다만 이렇게 받아들인 열이 지구복사열의 형태로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 달 가량의 시차가 있다. 장마나 태풍 등 다른 요인의 간섭으로 여름은 7월 말~8월 초가 가장 덥다. 겨울은 소한(1월5일 무렵)에서 대한(1월20일 무렵)까지가 가장 춥다.

■ 요즘이 소한과 대한 사이, 즉 옛사람들이 가장 춥다고 여겼던 때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가 고작이니, 올 겨울 추위도 이리 끝날 성싶다. 겨울이면 으레 영하 15도 이하의 추위를 겪었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춥다고 야단이다. '발열 내의'를 입은 위에 오리나 거위 털을 가득 채운 두툼한 겉옷, 따뜻한 캐시미어 목도리까지 두르고도 추위에 움츠러든 사람들이 흔하다. 종일 얼음을 지치고 들판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롭다.

■ 기상예보가 자주 언급하는 '체감기온'도 기온에 풍속을 고려한 객관적 수치일 뿐이다. 개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추위는 날이 갈수록 커져간다.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가서도 이내 땀에 절어 거추장스러운 털내의는 몰래 벗어두었듯, 운동량과의 관계가 일차적이다. 그러나 부지런히 움직이면서도 늘 추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회 분위기나 스스로의 처지가 추위를 보태는 모양이다. 추위가 한풀 꺾여 봄의 희망이 싹틀 즈음으로 새해를 옮기기라도 해야 할까.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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