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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 '스피드형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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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 '스피드형 진화'

입력
2014.01.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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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5)씨는 최근 주식거래에 손댔다 큰 돈을 잃었다. 주식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유료정보서비스에 가입한 게 화근이었다. 한 달 회비 100만원을 내고 가입하자 오전ㆍ오후 장에 한번씩 매수추천 종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송됐고, 해당 주식 가격이 순식간에 5%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마이너스통장까지 만들어 5,000만원을 투자했다 한 달 만에 1,000만원 가까이 손해를 보고 말았다. 이씨는 "추천 종목 주가가 급등한 이후 이내 다시 급락하는 등 비정상적 형태라는 걸 알았지만, 남들보다 손만 빠르면 하루 수 십만원은 쉽게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느새 도박처럼 빠져들고 말았다"고 후회했다.

작전을 통해 10~2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주가를 조종, 차익을 얻는 '초단기 시세조종'이 최근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단시간에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하는 주식에 대한 투자에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12일 한국거래소(KRX)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해 시세조종을 통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적발된 143종목 중 매매거래 당일에 작전을 종료하는 초단기 시세조정이 79종(현물 46종, 파생 33종)으로 전체의 55.2%에 달한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가조작 수법이 단일종목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전통적 방식에서 단속을 피해 2, 3일간 반복하는 단기 시세조종으로 바뀌다가 이제는 하루 이내의 초단기 시세조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초단기 시세조종은 특정 주식을 대상으로 소량의 '고가매수-저가매도' 주문을 10~20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내 시세 상승을 유도한 뒤 차익을 얻는 수법이다. 짧은 시간 내 주가를 띄우기 위해 거래 상대방과 짜고 주식을 사고 파는 가장ㆍ통정매매 등의 작전 수법이 총동원 됐다. 특별한 호재 없이도 단기간에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할 경우 다른 투자자들이 막연한 시세 상승 기대감을 갖고 해당 주식 거래에 뛰어는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작전 세력들은 멋모르고 추격 매수에 나선 제3의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팔아 10여분 사이에 큰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심지어 작전을 종료한 후 다른 종목에서 같은 행위를 반복,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시세조종을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거래에서는 '극초단타' 식으로 수분 동안 통정·가장매매를 체결해 시세 상승을 유도한 뒤 적은 규모지만 수익을 반복적으로 얻는 수법을 썼다.

거래소 관계자는 "SNS등을 통해 유포된 루머 등이 초단기 시세조종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미확인 정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한 해 동안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혐의로 금융위원회에 통보된 계좌 수는 4,707개로 지난해(2,503개)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 열풍이 불었던 2011년(3,766개)보다도 25.0%나 늘어난 숫자다. 적발된 계좌들이 불공정거래를 통해 챙긴 부당이득금액도 2,988억원으로 2011년(2,649억원), 2012년(2,375억원)보다 증가했다. 다만, 불공정거래가 적발된 종목 수는 256개로 전년도(282개)보다 9.2% 줄었다. 혐의유형별로는 시세조종이 143개 종목으로 적발된 종목 전체의 55.8%를 차지했고, 미공개정보 이용(54개ㆍ21.1%), 부정거래 (47개ㆍ18.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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