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최대 고비가 될 한미 양자예비협의가 13일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세계 최대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가 될 TPP에 최대한 빨리 가입하려면 최대주주격인 미국의 'OK'부터 받아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쉽게 '급행티켓'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태도여서, 이번 예비협의는 TPP 조기가입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예비 양자협의는 미국을 시작으로 멕시코(15일) 칠레(17일) 페루 말레이시아(이상 21일) 싱가포르(23일) 순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말 TPP 가입절차의 개시 격인 '관심'을 표명한 뒤, 12월 초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등 3개국과는 예비 양자협의를 마쳤다.
현재 미국은 한국의 TPP 가입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환영 의사를 표하면서도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는 상황. 지난달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TPP 협상은 사실상 종료(엔드 게임) 단계다. 한국을 포함해 새로운 국가들을 참여시키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미 정부는 한국 내에 미국 상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이 남아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선(先) 한미 FTA 이행-후(後) TPP 가입'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TPP에 받아들이는 대가로 밀린 숙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예비협의에서도 미국의 상당한 통상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예비 양자협의는 말 그대로 '예비' 과정인 만큼, 기존 참가국과의 이견 해소보다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참여하는 게 국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에 집중하면 된다는 견해도 있다. 명진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진짜 논의는 참여 선언 이후의 공식 양자협의 때 하게 된다. 일단은 정부도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던 TPP 협상의 윤곽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해서도 그는 "양국 관계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다자간 협정인 TPP 문제와 직접적으로 묶이진 않을 것"이라며 "반대로 한미 FTA라는 별도의 채널을 미국과의 TPP 논의에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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