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는 '과학기술ㆍ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으며, 정보통신기술(ICT)과 방송, 과학계 관련인사 8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 6일에도 거의 똑 같은 행사가 개최됐다.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였는데, 이 행사를 주최한 건 방송통신위원회였다.
행사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참석자들의 면면은 거의 똑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과학계 인사 정도. 통신회사, 인터넷기업, 소프트웨어개발업체, 장비업체 등 관련기업 대표들은 두 번의 신년 모임에 모두 참석해야 했다. 일부 지방소재 기관 및 기업 대표들은 이 때문에 금주에만 두 번이나 서울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ICT 관련 민간업체 인사들이 두 행사에 모두 갈 수 밖에 없었던 건 '상전이 둘'이란 뜻. 한 참석업체 관계자는 "어디는 가고 어디는 가지 않으면 말이 나올 것 같아 모두 나왔다"며 "미래부도, 방통위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게 기업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돌려 말하면 미래부와 방통위의 업무중복이 많다는 뜻이다. 사실 두 부처는 현 정부 출범 초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소관분야를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였고, 그 결과 '나눠먹기'식 업무분장이 이뤄지는 바람에 지금도 중복되는 영역, 경계가 모호한 분야가 많은 상태다. 실제로 주파수 활용, 울트라고화질(UHD) TV 기술 주도권 등을 놓고 파열음을 내기도 했다.
업계에선 신년인사회조차 따로 개최하는 것 자체가 두 부처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한 ICT관련 업체 대표는 "똑 같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신년인사회를 왜 두 번씩 열어야 하나.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 주최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미래부와 방통위도 신년 인사회 통합개최를 논의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산 배경엔 결국 두 부처의 '줄 세우기'식 발상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박 대통령은 줄곧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내에선 신년행사조차 통합하지 못하는 '비정상'이 오히려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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