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39쇼핑 2개 채널로 시작"상품 만질 수 없다" 초기엔 고전저렴한 가격과 짧은 쇼핑시간IMF 상황에서도 승승장구
시장규모 3000% 정도 성장올해 매출 11조 넘어설 듯스마트폰 붐 타고 모바일도 강화
"곧 매진됩니다. " "이런 혜택은 마지막 입니다. "
이 한마디에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쇼호스트나 연예인이 나와 열심히 소개하는 상품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어"그럼 나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 홈쇼핑의 마술이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들이 궁금한 내용을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보내면 쇼호스트나 PD가 즉각 대답을 해준다. 쇼핑 방송이지만 현란한 화면에 요리나 패션 등 최신 정보도 얻고 지루할 틈이 없다.
과거 상품 판매상에서 어느덧 알짜 정보를 제공하는 쇼퍼테인먼트로 진화한 홈쇼핑이 올해 만 스무살을 맞았다. 국내 최초의 홈쇼핑업체는 1994년 12월16일 설립된 당시 채널명이 39쇼핑이었던 홈쇼핑텔레비전으로, 지금의 CJ오쇼핑이다. 일주일 뒤인 23일 한국홈쇼핑(현재 GS샵, 당시 채널명 하이쇼핑)이 잇따라 설립됐고, 양 사는 이듬해 8월 1일 나란히 첫 방송을 시작했다. 39쇼핑은 '뻐꾸기 시계'가, 한국홈쇼핑은 '하나로 만능 리모컨'이 첫 상품이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홈쇼핑 시장이 커질 줄 몰랐다. 상품을 직접 만져 보지 못하고 TV 화면이나 카탈로그만 보고 전화 주문을 하는 것이 낯설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외환위기(IMF) 상황이 홈쇼핑에 오히려 기회가 됐다. 소비자들은 홈쇼핑의 저가 제품을 우선 찾았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장 볼 시간이 여의치 않자 홈쇼핑을 눈여겨 보게 됐다. 그래서 낮은 가격의 원적외선 오븐기, 녹즙기, 도깨비방망이 등이 히트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아이디어 주방조리도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덕분에 홈쇼핑 시장 규모는 대폭 성장해 3,000% 가량 늘어났다. 대한상공회의소 및 업계에 따르면 1995년 34억원에서 지난해 10조,3000억원, 올해는 11조3,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20년 동안 홈쇼핑의 소비자를 유혹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졌다. 초기 홈쇼핑은 가격과 성능을 화면 가득 글자로 빽빽하게 표시하고 반복 소개하는 방식이어서 단조로웠다. 또 홈쇼핑 업체이긴 했지만 종이 카탈로그를 각 가정에 발송해 상품을 주문받는 전통적인 우편판매 매출도 상당했다.
그러던 것이 1998년 이후 크게 달라졌다. 홈쇼핑 업체들도 세태에 맞춰 온라인 쇼핑몰을 속속 개설하고 인터넷으로 주문접수를 확대했다. 그렇게 시작한 인터넷 판매는 2009년 이후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는 에어컨과 냉장고, 컴퓨터 등 단가가 높은 제품들이 속속 소개되면서 홈쇼핑의 규모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시기 홈쇼핑이 만들어낸 히트 가전은 바로 김치 냉장고다. 일반 유통 매장에서는 구석에 파묻혀 있었는데 쇼호스트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히트가전으로 등극했다.
상품 구색도 다양해지기 시작해 여행상품이나 공연관람권, 콘도 이용권 등 서비스 상품이 등장했다. 보험방송을 처음 내보내기 시작한 것도 2003년 말이다. 하지만 2004년 신용카드업체들이 카드 발급을 남발하면서 신용불량자를 양산, 결국 소비심리가 위축돼 홈쇼핑 분야도 1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이를 만회하고자 홈쇼핑 업체들은 2005년 중반 이후부터 패셔니스타로 꼽히던 변정수, 황신혜, 개그맨 정형돈 등 연예인과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상품 전문가, 디자이너들을 끌어들여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쇼퍼테인먼트 방송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홈쇼핑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홈쇼핑 성숙기에는 '홈쇼핑이 밀면 곧 대박'이라는 공식이 탄생했다. '댕기머리'(한방샴푸), '조성아 루나'(화장품) 같은 미용 상품이 대표적인 경우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당시 CJ홈쇼핑의 히트상품 1위를 차지한 댕기머리는 중소기업 제품이었지만 홈쇼핑에 나온 이후 대박 상품이 됐다. 이를 계기로 홈쇼핑들이 업체별 단독상품을 개발하면서 차별화를 시작했고, 고객도 기존 40대 이후 주부들에서 남성이나 젊은 고객으로 확산됐다.
고객층의 변화는 주력 상품의 변화를 가져와 2010년 이후 패션이 홈쇼핑의 주력상품으로부상했다. 지난해 GS샵 판매상위 10개 제품 가운데 6개, CJ오쇼핑은 상위 5개 제품이 모두 패션 상품이었다. 이는 각 홈쇼핑업체들이 고소영, 손정완 등 연예인이나 디자이너와 손잡고 고품질 단독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즐겨 입는 엘렌트레이시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앞다퉈 선보인 결과다.
지난 해부터 홈쇼핑은 또다시 진화하고 있다. 사실은 생존을 위협받은 탓에 일어난 변화다. 스마트폰 붐을 타고 가격 파괴에 나선 소셜커머스와 모바일 쇼括?확대는 결국 홈쇼핑의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 그래서 홈쇼핑 업체들도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휴대폰과 결합한 모바일 쇼핑 비중이 7~8%까지 커졌고, 올해는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제 홈쇼핑업체들은 TV·카탈로그, 온라인에 이어 모바일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호성 GS샵 영업본부 전무는 "이제는 해외에서 한국형 홈쇼핑 모델을 배워간다"며 "하지만 한 단계 도약을 위해 TV와 인터넷, 모바일을 동시에 활용하는 채널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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