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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월 11일] 역사배우기

입력
2014.01.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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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를 잘 보지 않을뿐더러, 요즘 대세라는 드라마나 예능은 더더욱 보지 않는다. 내 문화적 취향을 그들이 그닥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TV 프로그램은 교양, 다큐, 그리고 뉴스뿐이다. 그런데 내가 유일하게 관심이 가는 드라마 장르가 있으니 정통사극이다. 퓨전이니 팩션이니 이런 것 말고 고증된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한 드라마 말이다. 그런데 반갑게도 지난주부터 모 공중파에서 조선을 디자인한 개국공신 '정도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를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공중파에서는 곧 사도세자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를 시작한다고 한다. 어제 같은 경우에도 나는 '정도전'을 보고 조선 개국을 메인 테마로 한 역사 교양 프로그램을 연이어 보았다. 그랬더니 여말선초의 어수선한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재구성되는 것이었다. 역사교양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온 한 시인은 방송에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요동을 획득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분개했는데, 그러자 함께 출연한 조선사를 전공한 패널들이, 고려가 안 망했다면 자기들은 모두 실직자가 됐을 것이다라고 말해 좀 웃어주었다. 아무려나 TV의 드라마나 교양프로를 통해 역사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역사에 대한 인식과 학습은 고등학교 역사책으로 좌우되는 게 아닐 터다. 그런데도 거기에 정치적 편향을 담으려는 시도는 얼마나 가소로운가.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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