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국인투자 정책이 '공장 유치'에서 '두뇌 유치'로 전환됐다. 글로벌기업의 헤드쿼터(본부 또는 지역본부)나 연구개발(R&D) 센터가 1차적 타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외국기업 초청 간담회에서 새로운 외국인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글로벌기업 헤드쿼터, R&D 센터 유치를 통해 현재 세계 31위 수준인 외국인투자실적을 끌어올려 세계 10위권인 투자강국으로 도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외국인투자 유치정책의 방향을 바꾼 건, 더 이상 대형 외국 제조업체의 생산시설유치는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 정부 관계자는 "고용창출 측면에서 본다면 공장을 유치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우리나라 인건비 수준을 감안할 때 한국에 선뜻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마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게 현실인 만큼 외국인투자유치 패러다임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1,470억 달러인데, 외국기업의 공장설립이 주춤해지면서 전체 외국인투자 자체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새로운 외자유치정책은 글로벌기업의 본부 또는 지역본부 및 R&D센터를 유치하는 데 맞춰져 있다. 글로벌기업의 헤드쿼터는 해외 수십개의 자회사에 대한 의사결정과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거점으로, 직접 고용유발효과는 생산시설보다 적지만 유입되는 인력과 기술 등 투자의 질은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에 지역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은 약 8개. 독일계 화학기업 바스프가 전자소재 사업의 아시아ㆍ태평양 본부와 R&D 센터를,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조선해양사업의 글로벌 본부를 각각 한국에 두기로 결정했다. 독일계 에너지기업 지멘스도 발전엔지니어링 분야의 지역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상태다.
특히 동북아에선 한 중 일 3국간 글로벌 기업 헤드쿼터 유치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 일본은 지난 2012년 11월 법인세 감면, 특허출원 절차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아시아거점화법'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도 저임금을 노린 투자보다는 고급인력과 기술유치 쪽으로 방향을 바꿔가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글로벌기업의 외국인 임직원 세금혜택에 초점을 뒀다. 외국인 임직원한테 소득금액과 무관하게 동일 세율(17%)을 적용하는 특례조치가 올해 말로 끝나지만, 외국기업 헤드쿼터 임직원에 대해선 고액연봉자라도 누진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단일세율 혜택을 영구 제공키로 했다. 헤드쿼터 임직원이 외국인투자 비자로 머물 수 있는 체류기간도 현행 1~3년에서 최장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역시 고급두뇌인 R&D센터 유치를 위해서도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올해 종료되는 외국인기술자 소득세 감면제도(2년간 50%)를 2018년까지 연장하고, 현재 공장부지 임대로 국한돼 있는 R&D센터의 입지지원 대상에 건물임대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국내고용을 많이 하면 인센티브도 커진다. 개별형 외국인투자지역 입주기업의 경우, 1명 추가 고용시 법인세 감면한도를 현행 1,00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단지형 외투지역 입주기업의 임대료 감면제도도 투자금액 중심에서 고용실적을 고려한 차등 감면방식으로 개선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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