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겨냥해 추진해 온 한미중 전략대화의 개최 시점을 3월 이후로 미룬 것은 북한의 반발과 중국의 협조라는 두 가지 상황을 의식한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북한 내부의 사정이 유동적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좀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9일 "장성택 처형이라는 메가톤급 충격파를 겪은 이후 한반도 주변국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북한의 상황변화를 지켜보는 단계"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향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완강히 고집하며 병진노선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측의 패를 먼저 내밀기 보다는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를 주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초 한미중 전략대화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였다. 2008년 12월 이후 5년이 넘게 공전하고 있는 6자회담 프로세스에 마냥 끌려 다니지 말고 주요 이해당사국인 한국과 미국, 중국이 먼저 해법을 찾아 북한을 옥죄려는 구상이다. 지난 대선 당시 외교안보 공약의 첫머리에 한미중 전략대화를 올려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최룡해 군 총치국장의 방중 이후 대화 분위기를 강조하면서도 한미 양국의 비핵화 요구에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먼저"라며 버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성택 처형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박 대통령의 구상이 헝클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당분간 숨을 고르며 다음 전략을 구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8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정세 평가와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대응책을 중점 논의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그물을 넓게 드리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반응도 변수다. 중국은 지난해 7월 1차 한미중 전략대화에 자국의 정부측 인사를 참석시키는데 끝까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반대로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6자회담 당사국의 정부와 민간 대표가 참석하는 1.5트랙 회의를 주최한 전례가 있다. 이 회의에 한미 양국은 정부측 대표의 격을 실무자 수준으로 최대한 낮췄지만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1부상 등 고위급 인사를 총동원했고 중국도 왕이 외교부장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한미 양국과는 인식차가 크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이 2차 한미중 전략대화에 순순히 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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