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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베네수엘라 죽음에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 생명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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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베네수엘라 죽음에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 생명 걸려

입력
2014.01.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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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베네수엘라 출신 여배우의 죽음이 베네수엘라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치안부재 상황이 이번 사건을 통해 부각되면서 시민과 야당 등은 한 목소리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무능력을 비판하고 있고, 우고 차베스-마두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좌파정권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8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04년 미스 베네수엘라에 뽑힌 뒤 드라마 배우로 활약하던 모니카 스페아르(29)는 지난 6일 밤 베네수엘라 카라보보주의 푸에르토 카베요 항구 인근 도로에서 무장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스페아르는 전 남편인 헨리 토마스 베리(39)와 함께 다섯 살인 딸을 데리고 휴가 차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당시 스페아르가 탄 자동차는 무장괴한들이 설치해 놓은 뾰족한 장애물에 펑크가 나면서 도로에 멈춰 섰고 곧 무장괴한들의 무차별 총격을 받았다. 스페아르와 전 남편인 베리는 사망했으며, 허벅지에 총을 맞은 딸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스페아르 사건이 알려지면서 베네수엘라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치안 상황이 열악한 것은 알았지만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스페아르조차 강도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글을 올리거나 거리시위에 나서면서 정부의 무능력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국가로 악명이 높다. 인구 약 3,000만 명인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해 2만5,000명이 강도 등의 살인사건으로 사망했다. 베네수엘라보다 인구가 10배나 많은 미국에서 지난해 강력범죄로 약 1만4,000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치안부재 문제는 마두로 대통령을 점차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주요 국정과제로 범죄 척결을 내세워왔지만 여태껏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무기 거래와 결탁한 정황이 있다"며 도리어 그를 범죄의 온상으로 지적하고 있다.

스페아르 사건으로 차베스-마두로 대통령을 잇는 좌파정권에 대한 회의론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좌파정권의 연장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베네수엘라 폭력감시단의 로베르토 브리세노 레옹은 "차베스는 범죄와 폭력이 자본주의와 가난의 부산물로만 여겼고, 이를 예방적 조치와 사회비용 지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 때문에 기본적인 치안 법들이 강화되지 않으면서 베네수엘라의 범죄율과 살인율은 오히려 더욱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범죄 발생률이 높은 시ㆍ도지사들을 긴급히 불러 범죄대책회의를 여는 등 악화된 여론을 다독이기 위해 적극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스페아르 사건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범죄를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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