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언론의 대권 잠룡 사냥이 시작됐다. 대상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두 사람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2016년 대선 후보다. 연초부터 진보진영은 크리스티를, 보수진영은 힐러리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대선출마를 공표한 조 바이든 부통령까지 능력시비에 휘말리며 수난 받는 잠룡 대열에 합류했다. 상황은 최근 여론의 지지도 조사에서 힐러리마저 제친 크리스티 쪽이 심각하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은 크리스티의 '브리지 게이트'를 일제히 보도했다. 크리스티 측근들이 작년 9월 조지워싱턴 브리지(다리)로 연결되는 뉴저지 포트리의 도로 2개 차선을 일부러 예고도 없이 폐쇄했다. 고의 차선폐쇄는 크리스티에 반대하는 민주당 마크 소콜리치 포트리 시장의 손을 봐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시장이 아닌 주민에 대한 보복이었다.
작년 8월 크리스티의 부비서실장 브리지트 캘리(여)가 "포트리에 약간의 고통을 위한 시간"이란 이메일을 보내자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관할하는 뉴욕뉴저지항만의 책임자 데이비드 윌드스타인은 "알았다"고 답했다. 이어 한달 뒤인 9월 9일부터 12일까지 4일 간 포트리 일대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조지워싱턴 브리지로 진입하는 3개 차선이 1개로 줄면서 아침부터 시작된 교통체증은 정오까지 계속됐다. 조지워싱턴 브리지는 맨해튼과 뉴저지를 잇는 유일한 교량으로 세계에서도 가장 교통이 번잡한 곳이다. 첫날 교통체증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던 91세의 노파, 심장마비 노인 등에게 구급차 접근이 지연됐고, 4세 여아는 버스에서 잘못 내려 한때 행방불명 됐다. 91세의 노파는 이후 숨졌다. 이틀째인 10일에도 교통혼잡으로 어린이들이 몇 시간 동안 버스에 갇혀 있는 사고가 일어났다.
대선 행보에 최대 위기를 맞은 크리스티는 이날 저녁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선을 그었으나 비난여론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진보 진영은 크리스티의 자질, 대권능력 등 대선후보 검증 문제로 확대하며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힐러리도 크리스티의 추락을 즐기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그에게 치명상을 입힐 내용을 회고록 '임무'에 포함시킨 때문이다. 게이츠는 일례로 힐러리가 2007년 이라크 안정화 작전을 반대한 게 당시 대선후보 경쟁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반대해 그리 따라 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보수 언론은 정치적 득실에 움직이는 힐러리의 소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보수 진영은 바이든이 외교와 안보의 주요 사안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게이츠의 지적도 역시 집중 거론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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