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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단아 ‘손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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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단아 ‘손 한번’

입력
2014.01.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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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손 한번 잡아주세요~!

엠플러스한국 ‘내일은 스타’

“이런 맘 처음이야, 손 한번 잡아보고 싶어~!”

김단아의 ‘손 한번’을 듣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손을 앞으로 내밀게 된다. 앙증맞은 댄스와 귀에 착착 감기는 목소리가 마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까닭이다. 이런 매력 덕분에 그는 트롯 팬들 사이에서 장윤정을 능가할 기대주로 손꼽힌다. 트롯에 대한 애정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믿기 어렵겠지만 김단아는 갓난아기 때부터 트롯을 즐겼다.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 아기가 트롯을 틀어주면 울음을 뚝 그쳤대요. 게다가 박자에 맞춰 발가락도 까딱까딱하고요. 어머니가 워낙 노래를 좋아하셨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어머니도 처녀 시절 가수로 데뷔할 뻔했다. 외할아버지가 소를 팔아 음반 제작비용까지 마련했다. 외삼촌이 그 돈을 들고 잠적하지만 않았더라면 어머니의 말마따나 ‘제2의 이미자’가 탄생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머니 병원비 보태려 가요제 나간 효녀

어머니는 음반을 내는데 실패했지만 딸의 데뷔 계기를 마련해줬다. 직접적으로 돈을 대주었다는 뜻은 아니다. 딸을 무대로 이끌었다. 김단아는 “돌이켜보면 운명의 손길이 나를 잡아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IMF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설업을 하던 어머니는 금융위기로 100억대 부도를 맞았다. 그 후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고 자취를 감추었다. 몇 년 만에 돌아온 어머니는 김단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

“바닷가에서 죽을 결심까지 했는데 우리 막내가 눈에 밟혀서 도저히 못 그러겠더라.”

김단아는 늦둥이다. 언니와도 10살 이상 차이가 난다. 어머니는 어린 딸이 걱정돼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다시 나타난 어머니는 예전의 지칠 줄 모르던 여장부가 아니었다. 4ㆍ5번 척추가 닳아 수시로 손발에 마비가 왔고 당뇨 수치가 400을 훌쩍 넘었다. 김단아는 어머니 병원비를 보태겠다는 생각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가요제에 도전했다.

갓난아기 때부터 쌓은 트롯 내공 덕분에 나가는 족족 상금을 거머쥐었다. 다만, 늘 2등이었다. 친구들이 “발라드를 불러야 1등 할 수 있다”면서 장르 변경을 권했지만 트롯을 포기하기는 싫었다. 오히려 트롯으로도 1등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악물고 연습한 끝에 밀양가요제와 전국노래자랑을 비롯한 여러 대회에서 1등 상을 거머쥐었다.

박명수에게 호통 들으며 데뷔한 사연

가요제 수상이 자연스럽게 가수 데뷔로 이어졌다. 기획사(거성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음반 제작 비용을 가수 본인이 대야 하는 줄 알고 “집안 형편상 안 되겠다”고 고사했던 것. 몇 달이나 도망 다니다가 사장님(개그맨 박명수)에게 “무슨 소리야, 돈은 기획사에서 다 대는 거야!”하는 호통을 듣고서야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출발은 괜찮았다. 2010년에 발표한 ‘정기적금’이 나름의 히트를 기록했다. 적금 타서 시집간다는 깜찍한 가사와 외모가 잘 어우러진 덕분이었다.

올해 발표한 ‘손 한번’은 더욱 기대가 크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까닭이다. 바로 어머니다. 구미에서 지내다가 1년 반 전쯤에 서울로 이사를 와 딸과 한지붕 아래에 산다.

“어머니가 제 무대 매니저예요. 창법부터 안무까지 다 조언을 해주세요. ‘손 한번’ 안무도 어머니의 코치를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의 코치 덕분인지 요즘 불러주는 곳이 많다. 텔레비전에도 ‘정기적금’ 때보다 훨씬 자주 얼굴을 비친다.

“엄마 덕분이죠. 엄마는 딸 보는 재미로 살고, 저는 그런 어머니 덕분에 힘내서 노래해요. 아직 빚도 다 못 갚고, 어머니의 병이 완치된 건 아니지만 이만큼만 해도 정말 행복해요!”

그러나 ‘효녀 가수’ 타이틀은 과감히 거부했다. 가수는 노래와 무대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트롯은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부르면 부를수록 어렵단 생각이 들어요. 스타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언제쯤 제대로 된 트롯을 부를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정말 열심히 할 테니까, 여러분, 마음의 손을 내밀어서 김단아의 ‘손 한번’ 꽉 잡아주세요!” /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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