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달려온 인생 노래로 쉬어갑니다
엠플러스한국 내일은 스타
‘남자는 모르고 산다’로 인기몰이 중인 가수 김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수를 꿈꿨다.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 예선 탈락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부상으로 걸린 양은 냄비를 타서 부모님께 갖다드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몇날 며칠 동안 목이 쉬도록 연습을 했지만 1절을 채 부르기도 전에 ‘땡!’ 소리를 들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고배를 마신 후 “언젠가는 노래로 인정을 받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끼니 때우기도 힘들었던 가정 형편에 가수 데뷔는 언감생심이었지만 소년은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40년 만에 이룬 가수의 꿈
세월이 흘러 까까머리 중학생은 어느덧 중년의 신사가 됐다. 그 사이 가난은 옛 이야기가 되었다. 군 제대 후 고향(경북 영주)을 떠나 물설고 낯 선 부산 등지에서 노숙까지 해가며 사업을 일군 결과 지금은 매장을 4개나 가진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회장님’ 호칭까지 붙인다. 그 사이 동생들 대학 공부 시키고 시집ㆍ장가도 다 보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맏이가 아버지 노릇을 한 것”이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최근 그는 두 번째 꿈도 이루었다. 2010년에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하루도 쉼표 없는 세상 속에서 가족의 행복 위해 사랑을 위해... 외로움과 그리움을 남자는 모르고 산다.’
‘남자는 모르고 산다’의 가사다. 지난 삶이 노래 한 곡에 다 담겼다. “모든 것을 걸고 가수 활동을 하는 분들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다”고 하지만 곰삭은 맛이 담긴 그의 노래는 심심찮게 전파를 탄다. 음악에 대한 열정도 어느 프로 못잖다. 젊은 시절부터 모은 음원 파일이 300만 개나 된다.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노래는 인생 아닙니까.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노래로 마음을 표현하잖아요. 나물을 무칠 때도 음악을 들으면서 버무리면 훨씬 맛있어요. 음악 없이 못 살죠. 가수 활동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일상이었지만, 그렇다고 평소 실력으로 녹음한 건 아니다. 데뷔를 앞두고 밤낮 없이 노래를 불렀다. 아내가 소리가 잘 안 나와 힘들어하는 그를 보고 “그렇게 어려운 가수를 왜 하려고 하느냐. 그만뒀으면 좋겠다”면서 말렸다. 그 말에 그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장 그만두겠다”고 대답했다.
아내를 위한 노래 ‘정임아’
그는 그렇게 말을 던진 후 부랴부랴 작곡자를 찾아갔다. ‘옥경이’처럼 아내를 주인공으로 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후 아내 앞에서 신곡 발표를 했다.
‘정임아 이젠 알겠니. 이미 넌 내 여자야. 오빠를 우연히 만난 자체가 좀처럼 잡기 힘든 행운인 거야. 이제 우리 만났으니 너만, 너만 사랑해 줄 거야!’
아내의 이름을 넣어 완성한 ‘정임아’였다. 아내는 얼굴을 붉히면서 ‘마지못해’ 가수 활동을 승낙해줬다.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자 팬이다.
“음반마다 타이틀곡이 있는데, ‘정임아’는 제 평생 타이틀곡이죠. 이 곡 못 띄우면 가수 생명이 짧아질지도 모릅니다, 하하!”
가수 활동의 목표가 뚜렷하다. 노래가 뜨면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받은 출연료 등은 모두 따로 모아뒀다. 일정 금액이 모이면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쓸 예정이다.
콘서트 계획도 있다. 이 역시 소년소녀 가장 돕기 행사로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매장의 우수 고객을 무료로 초청해 콘서트를 열고 싶습니다. 음반 판매 수익은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낼 생각이구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에 콘서트 포스트가 붙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아직 실력이 많이 모자라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반드시 큰 호응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제 지론이 남이 나를 속여도 나는 남을 속이지 말자입니다. 사업을 하면서도 세금을 10원도 속이지 않았습니다. 힘든 시절에도 떳떳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노력하면 제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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