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아니다"친박 좌장 서청원, 대통령 기자회견 엄호"李, 정권 실세였을때도 추진 못했다" 꼬집어"공약 지켜라"친이 좌장 이재오, "국민 의견 따라야 소통… 2월 국회서 특위를" 주장서 의원의 반박에는 침묵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공식석상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등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재보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한 서 의원은 최근 김문수 지사의 3선 도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가 하면 8일에는 개헌론을 두고 친이계의 이재오 의원과 정면충돌했다. 박근혜 정부를 엄호하는 성격이 짙은 서 의원의 행보는 향후 당권 경쟁 구도 등과 맞물리면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서 의원이 이날 목소리를 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축한 개헌론을 이 의원이 또다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 공개 발언에서 "연초에 국민들 여론조사에서 75%가 개헌을 해야 된다고 응답했다"고 운을 뗀 뒤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것이 소통이고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과 반대하는 것이 불통"이라며 개헌론을 고리로 박 대통령을 정면 공격했다. 이 의원은 이어 "대다수 국민과 여야 의원 다수가 필요하다고 하는 개헌을 위해 국회에서 역할을 해야 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개헌을 논의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개헌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 의원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서 의원은 "무슨 개헌이냐"는 혼잣말로 노골적인 반감까지 표시하다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에 나섰다. 서 의원은 "지금은 개헌보다는 국민이 먹고 사는 경제를 살리는데 우선 과제를 둬야 한다"고 포문을 연 뒤 "이명박 정권 때도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었고, 이 의원은 그 때 정권의 2인자라고 할 정도로 힘이 있었는데도 추진을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도 서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개헌론을 꺼낼 시점이 아니다"며 반박을 이어갔지만 이 의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의 이날 발언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성격이 짙다. 서 의원은 전날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경기도에서 지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김문수 지사의 3선 도전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이날 충돌이 친박계와 친이계의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당권을 겨냥한 주류와 비주류 간 경쟁의 서막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 의원(62학번)과 이 의원(64학번)은 중앙대 선후배인 데다 같은 상도동계(김영삼 전 대통령 계보) 출신으로 더 없이 막역한 사이지만 2007년 대선에서 친박과 친이계로 갈라서면서 정치행로를 달리 했다. 일각에서는 서 의원의 본격 행보를 최근 철도파업을 중재시키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김무성 의원과의 당권 경쟁 구도에서 해석하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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