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최근 스스로의 정치성향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줄어든 반면 ‘중도’나 ‘보수’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스스로 규정한 정치성향과는 별개로 복지 확대나 증세 요구 등 진보적 성향의 인식은 오히려 늘어났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3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5차)과 2013년 상반기(8차)에 실시한 복지인식 부가조사에 모두 참여한 복지패널 597명의 정치성향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진보 중도 보수 비선택 모름·무응답의 5개 선택지 중 자신을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이 28.94%에서 24.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신이 중도라고 답한 비율은 34.05%에서 38.22%로, 보수는 30.46%에서 34.75%로 늘었다. 정치적 성향을 선택하지 않은(비선택) 응답자는 5.35%에서 2.93%로 줄었다.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면 저소득층(중위소득의 60% 미만)에서는 진보·보수가 모두 늘어 이념적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진보가 16.17%에서 19.20%로, 보수층도 37.92%에서 44.39%로 함께 늘어났다. 자연스레 중도층(35.79%→32.19%)은 얇아졌다. 나머지 일반소득층은 전체 응답자의 추이와 마찬가지로 진보(32.09%→25.17%)가 크게 줄고 중도(33.62%→39.54%)와 보수(28.62%→32.64%)가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와는 달리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분배나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진보적 성향의 응답이 두드러졌다. ‘우리사회의 소득·재산의 불평등’ 정도를 7점 척도(매우 불평등 7점)로 측정한 결과, 지난해 평균(5.22)이 2010년(5.17)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복지확충을 위한 증세 필요성에 대한 동의’ 정도도 3.17(5점 척도)에서 3.24로 올랐다.
2013년 조사만 보면 ‘복지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자 4,18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66%가 찬성했다. 또 고소득층이 현재 내는 세금의 수준이 낮다고 답한 비율은 85.79%나 됐다. ‘유치원·보육시설 무상 제공’에는 과반(63.08%)이 동의했고, ‘국가 건강보험 축소·민간 의료보험 확대’에도 부정적 견해가 75.82%로 압도적이었다. ‘교육 전면 무상’에 대해서만 63.98%가 반대했다.
보고서 분석에 참여한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치성향이 보수화됐다고 스스로 규정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진보적 성향의 응답이 더 늘어난 것은 복지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만큼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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