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끌려가서 수년간을 고생하다 해방이 되어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해방이 안 됐습니다.”
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주관하고 있는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 시위가 22돌을 맞은 날, 김복동(88) 할머니는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춰 시작한 시위는 이날까지 1,108회가 진행돼 역대 최장 시위로 기록됐다. 이날 시위에는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86) 할머니, 그리고 첫 시위를 주관했던 신미숙 민주당 이미경 의원 보좌관 등 200여명(경찰 추산)이 함께 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처음 시위를 시작했을 때 나는 60대 아줌마였는데 지금은 90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됐다”며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 데도)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이렇다 할 말 한 마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라가 약해서 백성들이 끌려갔으면 정부에도 책임이 있으니 정부가 나서서 과거에 잘못한 일본을 향해 하루 빨리 역사를 바로잡으라고 해야 한다”며 “박정희 대통령 때 해결을 못 지은 것을 따님이 현재 대통령이 됐으니 같은 여성으로서 해결을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 할머니는 아베 일본 총리에 대해 “조상들이 잘못 했다는 것을 말하고 사죄를 하면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미워하지 않을 텐데, 아직까지 사죄 한 마디 없다”고 개탄했다.
이날 시위에는 정대협 회원들과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소속 수녀, 삼천포여고ㆍ인일여고ㆍ충주여고ㆍ인천남일초 학생 등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참가해 할머니들에게 22주년 기념 케이크와 편지 등을 전달했다. 이날 처음 수요시위에 참가한 학원강사 김혜영(40ㆍ은평구 불광동)씨는 “할머니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과 정부는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 등이 뒤섞여 울컥했다”며 “빨리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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