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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월 9일] 직장인의 몽상

입력
2014.01.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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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로망은, 24시간이라는 온전한 하루를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써보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경험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몸이 너무 아파 조퇴를 하고 평일 낮에 학교를 빠져나올 때의 그 신선한 낯설음을. 그 희열과 두려움이 함께 뒤섞여 있던 묘한 기분을. 그 전율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그가 짜맞춰진 시간의 시스템 속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몽상을 한다. 평일 한낮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동네 슈퍼에서 막걸리 한 병을 사서 뒷산 공원에 놀러 가는 것을. 그것은 물론 휴가를 받거나 공휴일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일에 그것을 하는 것과 쉬는 날 하는 것은 엄연하면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정확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의 차이다. 그러니까 평상과 기적이 만들어내는 차이인 것이다. 언젠가 지금의 직업에서 은퇴를 하게 되면, 나는 하루에 먹고 자고 씻는 시간 빼고 열두 시간 정도를 온전히 생산적인 일에 쓰고 싶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다섯 시간은 책을 읽고, 다섯 시간은 글을 쓰고, 두 시간은 산책을 하는 것. 글을 쓰거나 창조적인 일을 하시는 분들은 동의하겠지만, 산책도 매우 적극적인 생산 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간에 수많은 영감과 구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술은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먹어야지.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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