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57) 강원지사는 "올해 핵심 과제는 강원도 중심지 전략"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늘 대한민국의 변방으로만 인식됐던 강원도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의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한 동력을 발굴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최 지사가 제시한 첫 번째 기회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그는 "2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세계의 이목이 4년 뒤 올림픽이 열릴 평창으로 집중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생기는 투자유치와 해외 관광객 증가 등 여러 기회 요인을 실제 효과로 이어갈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지사는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한 북방교역에도 주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 기착지 등 기반을 조성하고, 단기적으론 현재보다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북방 해양항로를 개척해 동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육성한다는 게 최 지사의 복안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섬나라나 다름 없습니다. 이 상태에선 강원도는 좀처럼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래서 저는 북극 및 북방항로 등 북방경제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대륙으로 가는 길목과 동해를 끼고 있는 강원도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전략인 셈이다. 이른바 '대륙 교두보론'이다.
올 한해 강원경제의 내실화를 다지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가 연초 제시한 도정 중심과제를 보면, 평창 대관령ㆍ진부면 일원 올림픽 특구에 국제회의도시 육성을 위한 '강원 컨벤션 뷰' 창설을 비롯해 ▦원주 첨단의료기기 국가산업단지 지정 ▦플라즈마 산업 육성 ▦지식기반 형 '콘텐츠 코리아 랩 유치 위원회' 구성 등 전략산업 육성 방안이 다수 제시됐다. 이를 통해 지역 내 부가가치 창출과 청년 일자리를 늘려갈 계획이다.
화제를 바꿔 자신이 이끈 30여 개월의 도정을 평가에 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B학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낙제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후한 점수도 아니다.
2011년 4월 닻을 올린 최문순 도정이 낸 성과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레고랜드 코리아 춘천 유치 ▦5조원대 예산 확보 등이다.
'도루묵 세일즈'와 전통시장을 찾아가는 감자원정대 등을 통해 도민들과 소통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특히 그는 2012년 겨울부터 동해안 대표어종인 도루묵 재고가 쌓이자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직접 세일즈에 나서 '도루묵 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직접 서울과 울산 등지 강원도민회를 찾아 구매를 부탁했고 동해 어항에서 생선을 손질해 팔았습니다. '처음엔 그러다 말겠지' 하는 시각도 있었는데, 기꺼이 판촉행사에 동참해 준 분들이 많아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문화방송 사장과 국회의원 등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 출신답지 않은 '낮은 자세'였다. 보수 색이 강한 강원도에서 야당지사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찌됐든 대중에게 '친절한 문순씨'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무산과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려던 무상급식이 좌절되는 등 아쉬운 점도 있다. 그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는 취지에서 진행한 것인데, 이를 정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무상급식의 경우 아직 시군의 마음이 모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에 대한 최 지사의 생각이 궁금했다. '강원도 중심지 전략' 등 그가 제시한 비전 모두 도지사에 재선돼야 실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내 분위기는 경선 없이 최 지사의 출마 쪽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그는 최근 이슈메이커가 됐다.
지난 2일 강원도청 출입기자단과 가진 신년 간담회에서 "능력을 갖춘 국회의원 가운데 상대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말을 아끼던 기존 모습과 달리 거침이 없었다.
최 지사가 새누리당 이재오(68)의원과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가 지역구인 한기호(61) 의원을 상대후보로 언급하자 정치권은 이를 '지명방어전'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했다.
물론 새누리당으로부터는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현역 지사로서 프리미엄을 가질 수 있는 정책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물급 인사의 대결이 이뤄져야 강원도가 주목을 받고, 정치적 위상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펼쳐보자는 의미"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 지사는 나아가 개헌과 지방선거 공천제 폐지 등 큰 틀에서의 정치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헌법은 6월 항쟁의 성과물로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데 머물고 있다"며 "대통령 단임제나 지역갈등 조장 등 시대에 뒤떨어진 요소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적극적 복지국가, 권력분립, 지방분권을 확고하게 적시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선거에 공천제를 유지한다면 지역 정치인들이 중앙의 하수인 노릇만 하고 있게 될 것"이라며 "공천을 둘러싸고 또 꼼수를 부린다면 우리나라 정치에는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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