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지방선거 개혁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3각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물ㆍ정책 경쟁에 앞서 쇄신 이미지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3인 3색'인데다 핵심 쟁점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서는 여야의 입장 차이가 커서 국회 정치개혁특위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안 의원 측이 7일 민주당 주장에 동조하고 나서 기초선거를 두고는 여야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안 의원 측 송호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 배제는 국민과의 약속이며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사실상 새누리당을 향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키로 한 대선 당시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모두가 국민 앞에 공언한 정치혁신 약속"이라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특별ㆍ광역시의 기초의회를 단계적으로 광역의회에 통폐합시켜 사실상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을 전제로 3연임인 임기를 2연임으로 단축하는 방안, 직접선거 대신 광역단체장이 임명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정당공천 폐지가 이상적일지 모르지만 지난해 대선 당시에도 위헌 소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며 민주당과 안 의원 측 주장을 반박했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정당공천 폐지에 따른 여성 정치참여 기회 축소 등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에도 공조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이날 기초의원 정수의 30%를 여성명부제로 선출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민주당도 조만간 비슷한 취지의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약자 보호 차원이라면 노인과 장애인 등도 고려해야 하며 여성만 할당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각을 세우고 있다.
여야 대립 구도 속에 야권의 주도권 경쟁을 위한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특히 정당기호 순위제도를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이날 "제1당이나 유력정당의 지위를 강화하는 후진적인 기득권 유지 수단"이라며 폐지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개혁안 검토 대상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개혁 경쟁이 사실은 선거를 코앞에 둔 '룰 싸움'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 의원 측 모두 쇄신과 개혁을 앞세우지만 사실은 어느 제도가 유리한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담겨 있는 주장들이라 합의안 마련 과정이 꽤나 지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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