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감 생활 중 알게 된 해외 마약 조직원으로부터 구입한 대량의 히로뽕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하려던 재미교포 마약상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중국 필리핀 등의 마약 공급책을 통해 히로뽕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려 한 혐의로 장모(44), 박모(4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이 밀수해 판매를 시도한 히로뽕은 총 1.5㎏, 시가 50억원 상당이다. 이는 5만1,44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유통 단계에서 적발된 히로뽕 가운데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초등학생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가 영주권을 취득한 이민 1.5세대로 마약 범죄 등으로 캘리포니아에서 12년 가량 복역하며 알게 된 중국인 마약조직원으로부터 히로뽕 1.49㎏을 구입해 국내에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히로뽕은 중국 광저우에서 만들어졌지만 중국에서 바로 들여올 경우 화물 검역에 적발될 것을 우려, 검역이 덜 까다로운 홍콩에서 오는 화물로 위장해 국내에 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2009년 7월 미국에서 형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추방된 후 자신에게 거처를 마련해준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교회에 히로뽕을 숨겨두고 판매를 시도하다 지난달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장씨는 이 교회에서 히로뽕을 두 차례 복용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마약 및 총기 범죄로 복역하다 국내로 추방된 박씨는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구입한 히로뽕 약 43.3g을 국내로 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미국 교도소에서 알게 된 마약상에게서 히로뽕을 구입해 비닐로 포장, 항문에 숨겨 들여오다가 제보를 받고 공항에서 기다리던 검찰에 검거됐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에서 국내로 추방된 범죄 전력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법무부에 제도 마련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범죄로 추방된 재미교포 출신 약 2,000~3,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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