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가 고대와 고려, 조선 그리고 현대에 이르는 통사를 총 16권에 집대성한 역사서 시리즈 '민음 한국사'를 3년여에 걸쳐 출간한다. 민음사는 조선 초ㆍ중기를 다룬 등 두 권을 2일 시리즈의 첫 책으로 낸 데 이어 대략 3개월마다 한 권씩 출간해 창사 50주년을 맞는 2016년 말 현대사 책을 마지막으로 16권의 거질을 완성할 계획이다.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믿을 수 있는 한국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민음사의 역사서 시리즈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일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7일 진행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주로 문학, 철학책을 내왔는데 한국사 책을 많이 출간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중 강응천 문사철 대표를 만났다"며 "일반 독자가 교양서로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국사 시리즈를 만들자는데 뜻을 모았고 3년여 동안 준비한 끝에 첫 책을 냈다"고 말했다.
강응천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민음 한국사' 시리즈는 민음사가 제작과 배급을, 문사철이 감독을 맡은 셈이다. 국내 최대 인문학 출판사인 민음사가 출간 및 유통을 담당하고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 등을 기획했던 연륜의 문사철이 필진 캐스팅과 편저를 하는 새로운 출판 방식이다.
'민음 한국사'는 조선 중기, 고려 후기 등 특정 왕조를 앞세워 시기를 뭉뚱그려 편찬하던 기존 역사책 출판의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책들을 한 세기 즉 100년 단위로 끊어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이 서력에 따른 편집은 우리 역사를 세계사 속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하고 일국사적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장 대표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게 세기 단위로 끊어지느냐는 의문이 있겠지만 100년 단위로 들여다보면 사건들이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 측면이 있고 한국사의 개성이 세계사 속에서 더욱 잘 보인다"고 말했다. 새 왕조의 기틀이 잡혀가는 조선 초기를 다룬 은 그래서 콘스탄티노플 함락(1453년ㆍ단종1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1492년ㆍ성종23년) 등 거대한 세계사적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도 16세기에 사라진 아즈텍, 당시 여성 권력자인 에스파냐의 이사벨 1세 이야기 등을 곳곳에 양념처럼 품고 있다.
'민음 한국사'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에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가 임진왜란 부분을 집필하고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가 닭실마을을 소개하며 조선 중기 사대부들의 이상향을 짚었다. 박진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한글 창제에 대한 의미 부여도 눈에 띈다.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도록 기획 단계부터 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서술 방향과 수위를 맞춰나가는 것도 시리즈의 중점 사안이다. 강응천 대표는 "논란의 소지가 큰 20세기 현대사의 경우 좌우대립 등이 나오는 근거까지도 연구해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보자는 관점으로 서술할 것"이라며 "좌우를 떠나 이 시대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역사에 접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진왜란으로 퍼져 나간 '도자기 루트', 닭실마을과 중국 사대부 마을 신엽촌과의 비교 도표 등 많은 정보와 그림이 결합한 인포그래픽의 활용도 독특하다. 장 대표는 "인포그래픽은 페이지 하나 만드는데 한 달이 걸릴 정도로 공이 드는 작업이어서 올해 말까지 조선시대 다섯 권을 완간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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