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이 다음달 1일 교체된다. 6일 상원 인준을 받은 재닛 옐런 현 연준 부의장이 벤 버냉키 현 의장의 뒤를 이어 4년 동안 연준을 이끌게 된다.
버냉키 대 옐런
버냉키와 옐런은 둘 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옹호하면서 성향이 부드러운 온건파인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옐런은 버냉키를 도와 2009년부터 미국 중앙은행이 실시한 초유의 유동성 공급정책인 3차 양적완화를 주도해왔다. 이 때문에 옐런 취임 이후에도 당분간 양적완화 축소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옐런이 당장의 재정적자 보다는 실업문제 해결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의 취임 이후에도 연준의 통화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옐런이 버냉키보다 연준 내부 소통능력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옐런은 20년간 연준 이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등을 지내며 연준 내에서 활동해왔다. 반면 버냉키는 스탠퍼드, 프린스턴 등에서 20여년을 대학 교수로 지내다 2002년 연준에 합류했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버냉키가 직접적이고 명확한 화법으로 이른바 '버냉키 쇼크'를 일으키며 시장을 쥐락펴락 했다면, 옐런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준 내부뿐 아니라 시장과도 소통하는 스타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 연착륙이 첫 번째 과제
성향이 비슷하더라도 처한 경제상황은 전혀 다르다. 2006년 취임한 버냉키가 5년 전 금융위기를 맞아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면 옐런은 취임 이후 양적완화를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옐런의 능력은 버냉키가 추진했던 양적완화 조치의 출구전략을 어떻게 연착륙시키는가에 따라 증명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수지만 옐런이 버냉키와 달리 과감한 출구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옐런을 비둘기파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옐런이 1996년 연준 이사로 있을 당시 물가상승률이 3%수준에 근접하자 통화긴축으로 물가상승률을 2%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었다"고 밝혔다. 옐런이 물가 움직임을 다른 경제 지표보다 중시해왔다는 것이다. 미 경제는 지난 3분기 3.6% 성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실업률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수 있는 7%로 떨어졌다. 하지만 11월 미국 물가상승률은 1.2%대로 연준 목표치(2%)를 밑돌았다. 물가가 낮게 유지되는 만큼 아직까지 양적완화 축소를 서두를 필요성은 없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옐런이 예상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원도 옐런 취임과 함께 대폭 교체된다. 연준 이사 7명과 12개 지역 연방은행 총재 중 5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달 말 최소 5명이 교체된다. 현재는 비둘기파가 우세하지만 향후 매파(통화긴축 옹호)에 가까운 인물이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매파 비중이 높아지면 옐런이 통화정책 결정에서 갈등을 겪을 수 있다"며 "이미 연준 내에서도 인플레이션과 거품을 우려해 출구전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옐런이 넘겨 받은 연준의 상황이 버냉키나 그 전임자 앨런 그린스펀 때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며 "옐런은 연준 의장이자 경제학자, 외교관, 정치인, 금융기관 규제 담당자로서 수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과 속도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출구전략이 조기에 본격화하면 신흥국 자금이탈로 인해 주가하락 등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된다. 반대로 출구전략이 늦춰지면 원화강세가 더욱 심화돼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건우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미 연준 의장 취임 초기 주가하락, 금리급등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됐었다"며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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