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폐지되면서 사정수사의 중추로 떠오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중요 사건들을 항소심에서 잇따라 유죄로 돌려 세우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죄 선고가 이어졌다면 특수수사의 신뢰성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었던 사건들이다. 검찰 수뇌부는 특수부의 뒷심 발휘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공소 유지에 더욱 신경을 쓴다는 계획이다.
학교 공사대금을 부풀려 6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특수1부에서 기소했던 장종현 백석대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법원이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자금내역이 적힌 다이어리를 증거로 인정하면서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검찰로서는 2012년 12월 1심에서 무죄가 나면서 구겼던 체면을 10개월 만에 살렸다.
특수부는 지난해 9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던 SK그룹 오너의 횡령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도 역전극을 썼다. 회사 돈을 빼돌려 선물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가 나 풀려났지만 8개월 후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최태원 회장도 실형이 유지돼 검찰로서는 최상의 결과를 얻은 셈이다. 건설업자에게서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도 항소심에서 혐의 전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이 번번이 무죄가 나면서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검찰은 그나마 명예를 회복했다.
무죄 선고와 중수부 폐지로 한때 분위기가 침체됐던 특수부는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의 극적인 반전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대검 중수부 시절 부실저축은행 수사 과정에서 기소한 정ㆍ관계 인사들에 대해 최근 잇따라 무죄가 선고 되면서 특수부의 뒷심은 더욱 대비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특수부 수사가 무죄율이 높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끌어낸 값진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중요 사건은 수사 검사가 기소 후에도 공판을 끝까지 책임지는 관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인들이 대형 로펌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법정에서 증인들의 거짓 진술이 빈번해지고 있어 공판이 수사 못지 않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SK그룹과 한 전 총리 재판의 경우도 각각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5명과 3명이 인사발령 이후에도 공소 유지에 투입됐다. SK 수사를 맡았던 한 검사는 "수사 검사가 공판에 임해야 재판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증인들 진술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해 공판 전략을 짜기가 쉽다"고 전했다.
한편 법무부와 대검은 지난 3일까지 사법연수원 27기 이상 검사들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희망자를 접수 받았다. 조만간 단행될 예정인 부장검사 인사에서는 특수부장 자리가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면서 내부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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