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취임 후 처음 가진 80여분간의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제기된 '불통' 논란 해소에 나섰지만, 소통의 의미나 정국을 푸는 방식을 두고 정치권과의 인식 차가 커 집권 2년 차에도 불통 논란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통'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단순한 기계적 만남 또는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인가. 그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소통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진정한 소통의 전제 조건은 모두가 법을 존중하고 지키고, 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집행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적 요구나 행동과 타협하는 게 소통이 아니며, 오히려 법의 잣대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결국 소통을 위한 길이란 얘기다. 박 대통령은 최근의 철도노조 파업 사태를 거론하며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누차 얘기를 해도 그 말을 들으려고 안 하고 불법 파업을 이어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부족한 점은 있지만 국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그 동안 소통해왔다"며 각계 각층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국민들의 민원을 처리한 사례를 들었다.
이 같은 소통 인식은 야권이나 시민단체가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입장의 간극을 좁히고 때론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을 소통의 의미로 보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은 국정 홍보의 장이 되고 말았다"는 등 소통 의지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이 법의 잣대로만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소통 인식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임금 체계 개편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 이슈나 복지 재원을 마련 위한 증세, 공공부문의 경쟁체제 도입 등 각종 현안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법과 원칙만으로 재단하다가는 갈등과 마찰을 피할 길이 없다. 박 대통령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이날 노사정 대타협이나 증세를 위한 국민대타협위를 거론하긴 했으나 박 대통령의 좁은 소통 개념으로 다양한 부문의 협력 내지 타협 의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노동계부터 "불법으로 막 떼를 쓰는" 세력으로 치부된 마당에 이미 오래 전 식물위원회로 전락한 노사정위원회 가동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노력해나가겠다"며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설 뜻을 밝히긴 했다. 하지만 설득과 절충, 조정에 대한 의지와 세련된 방식을 보이지 않는 한 의원시절부터 계속된 불통 문제는 두고두고 아킬레스건이 될 공산이 크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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