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성공하는 것이 관심사였다면 나는 일찌감치 내 음악의 영혼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단지 다양한 음악과 새로운 음악 언어 찾기에 시간을 투자했을 뿐이다."
중국의 생황 연주자 우 웨이(44)는 동양의 전통악기 연주자로는 이례적으로 재즈ㆍ현대음악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새로운 문화 영역에 열린 사고를 갖고 있고 대중과의 간극은 얼마든 좁힐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9일 생황협주곡 '슈'를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우 웨이를 이메일로 미리 만났다. '슈'는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인 진은숙씨가 동양 악기를 다룬 첫 작품이다. '역사와 원리가 다른 동양과 서양의 음악을 뒤섞고 싶지 않다'던 진씨의 마음을 우 웨이의 연주가 움직인 것이다. 진씨는 한국인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하 연주를 하는 우 웨이를 보고 생각을 바꿔 이 곡을 작곡했다. 이 곡은 2009년 일본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는 2010년 첫 선을 보였다.
우 웨이는 전통적인 17관 생황이 아닌 37관 개량 생황을 소개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음악세계를 구축한 연주자로 유명하다. 상하이 중국전통악단에서 활동하던 그는 1995년 독일 학술교환 프로그램 장학생이 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진학했다. 이후 현대 오페라, 현대 무용, 연극, 미술 작업에 참여했고 1996년과 2002년 독일 무지카 비탈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04년에는 독일에서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루트 상을 받았다.
"전통 생황은 다양한 음역 연주에 한계가 있지만 37관 생황은 반음계 연주가 가능하고 다성음악, 화성 등을 모두 구현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년 간 내 목표는 생황 레퍼토리를 늘리는 것이었어요. 존 케이지, 도시오 호소가와, 엔요트 슈나이더 등 유명 작곡가들이 실내악, 오페라, 관현악곡 등 200개 이상의 레퍼토리를 작곡해 줬습니다."
우 웨이는 실황 녹음돼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로 발매되는 이번 협연 이후 2월에는 대만과 독일, 10월에는 룩셈부르크에서 '슈'를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더 많은 이들이 전통악기를 이해하도록 내 음악적 언어를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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