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한민국 성장엔진 업!]<5> 경제개혁 사회적 합의 이루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성장엔진 업!]<5> 경제개혁 사회적 합의 이루려면

입력
2014.01.06 12:08
0 0

우리 사회에서 끊임 없이 발생하는 이념ㆍ지역ㆍ노사 갈등으로 인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지난해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국민통합심포지엄에서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7개국 중 종교 갈등을 겪고 있는 터키에 이어 2위"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연간 82조원~24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정이 이렇지만 갈수록 다양화하고 심화되고 있는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능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민이나 야당과 소통을 거치지 않은 일방통행 식 집행에 익숙하다 보니 갈등을 유발하고, 국회는 상충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보다 각자 정치적 이해에 따라 대치를 반복하면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방통행 식 정책 추진이 갈등 야기

지난 연말 철도파업은 정부의 갈등 관리능력 부재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목표로 적자에 시달리는 코레일에 자회사 형태의 수서발 KTX 운영사를 설립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고 반발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부는 민영화 방지책을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노조를 설득하기보다는 원칙만을 강조하며 공권력 투입을 통한 해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태가 악화되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지난달 30일 노조 대표를 만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내 철도산업발전소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일단 파업은 철회됐다. 뒤늦게나마 여야가 나서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이지만 소위에서 다룰 의제를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소위가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처럼 '공기업 개혁'이란 정부 취지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소통 없는 정책 추진으로 정부가 사회갈등만 키운 셈이 됐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과 달리 현재는 정책 결정에 대한 정부의 독점 권한이 점차 축소되는 반면, 인터넷 등을 통해 국민들과 이해 당사자들의 정책 참여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이해당사자들간의 소통은 성공적 정책 추진의 충분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론에 의한 의사 결정 구조

정치권 갈등은 정부의 일방통행 식 정책 추진으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대통령제 하에선 집권 여당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의제를 강력하게 관철해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구조는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국민과 야당과의 충분한 소통이 배제될 경우엔 갈등 요소로 작용한다. 더욱이 우리사회가 날로 이념ㆍ계층적으로 양극화하면서 정치권도 당론이란 명분을 내세워 극한 대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당 지도부가 공천과 당직 배분 등에 있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다 보니 의원 개개인은 당론을 거스르는 투표를 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선거 공약도 문제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우리사회의 대표적 갈등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제시된 공약으로 발생한 것들이 많다"면서 "정치권이 선거에서 지킬 수 없는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파업의 경우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후보 시절 '철도 산업 등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오히려 갈등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18대 국회 당시 극심한 정치ㆍ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던 4대강 건설과 행정부의 세종시 이전도 각각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업들이다. 지난해 논란이 되었던 밀양 송전탑,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둘러싼 갈등에서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과 세력에 대한 이념적 편가르기 경향으로 나타나 조정이나 타협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독립적 갈등조정 기구의 필요성

이러한 사회갈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갈등 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정치학)는 "노사정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등 유명무실해진 갈등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에서 갈등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중립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갈등조정 기구로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출범한 노사정위원회다. 당시 노사정위는 90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도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비상사태 속에서 노사정위 협상테이블을 통해 노동계는 정리해고 제도를 수용하고 재계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羚駭? 하지만 1999년 구조조정 중단 요구 등을 내걸며 민주노총이 탈퇴한 이후 사실상 '식물위원회'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다.

국회에서도 갈등조정과 관련한 입법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이 2012년 9월 발의한 국가공론위원회법에 따르면 국가공론위원회를 설치,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에 앞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갈등관리기본법 발의를 제안했다.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라는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이는 언론중재위원회처럼 이해당사자 간 조정ㆍ중재 등을 통한 갈등 해결 방식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지난 3일 청와대 신년회에서 사회ㆍ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우선 지방자치단체에 갈등조정 기구를 도입해, 사회 저변에서부터 갈등 조정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